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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다양성은 왜 필요한가

이병수 (미국 엘론대 교수·언론정보학)

 

애플 최고경영자(CEO)였던 스티브 잡스는 대학에서 서체를 공부했고 그것이 훗날 애플 컴퓨터의 아름다운 활자를 만드는 데 밑거름이 되었다는 사실을 많은 독자들은 기억할 것이다. 당시에 그는 서체 공부와 컴퓨터와의 관계를 생각하지 못했지만 이러한 잡스의 지식은 놀랍게도 훗날 애플 컴퓨터회사에 혁신을 가져왔다.

 

이처럼 혁신은 기존 사고방식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 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차원에서의 시도와 노력에서 생긴다. 따라서 혁신은 대부분 과거의 틀에 얽매이는 다수의 집단에서 이루어지기 보다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과감히 추구하는 소수의 집단에 의해서 성공적으로 시도되는 경우가 많다.

 

다양한 정보와 생각을 받아들이려는 태도는 산업에서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에서도 필요하다. 기존의 가치관과 생활태도를 고집하면 정체된 사회를 살아가는 데는 별 문제가 없겠지만 역동적인 국제화 사회를 헤쳐가는 데는 힘들 것이다. 미국의 대학들도 이런 점을 생각하여 학생들을 교육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예전에는 미국 대학들이 역사적으로 차별 대우를 받았던 흑인들에게 보상해주는 차원에서 다양성(diversity)의 문제를 다뤘지만, 근래에는 다양한 배경(인종·성별·소득·종교 등 여러 측면)과 사고 방식을 가진 사회 구성원이 어떻게 갈등을 해결해 가면서 살 것인가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물론 이것은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사회환경을 반영해서다. 작년 통계에 의하면 하와이와 캘리포니아에서의 백인 비율은 24.7%, 57.6%에 그쳤고, 또한 2050년에 이르면 백인의 비율은 미국 전체 인구의 반이 안 되는 실정을 감안한 것이다. 다양성 교육은 미국 내뿐만이 아니라 국제사회도 겨냥하고 있다.

 

다양화는 항상 환영을 받는 것은 아니다. 대학교수들은 수업 중 다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어도, 학생들의 부정적인 반응을 두려워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백인이 대부분인 대학이나, 교수가 종신 계약 (테뉴어)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는, 교수는 학생들의 수업평가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왜 자기와 다른 사고 방식을 좋아하지 않을까? 이것은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이나 불편함이다. 멋진 곳으로 여행을 떠날 때도 예상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한편에서는 가슴이 설레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미지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느낀다. 아름답다고 평판이 난 곳에 여행하는 것도 그런데 하물며 낯선 사고 방식을 가진 사람들 또는 평소에 반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의 대화는 어떻겠는가?

 

자신과 상반되는 의견을 가진 사람의 생각은 열린 마음으로 듣지 않으면, 이치가 안 맞는 것 같고 억지를 쓰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다. 서로간에 대화할 때 자기 생각만 외치고 상대방의 의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영원히 평행선을 그을 뿐 절대 남의 생각을 진정으로 이해할 기회는 없을 것이다.

 

미국과 한국에 선거철이 다가오고 있다. 정치인들은 한치의 양보 없이 자신들의 선명성과 위대함만을 과장하는 경향이 있다. 매스미디어가 다양한 후보와 그들의 생각을 비교 분석하는 교육의 광장을, 또한 여러 의견이 교류할 수 있는 대화의 광장을 제공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독자 자신이 다양한 의견을 접할 수 있도록 복수의 채널을 통해서 정보를 구해야 한다. 또한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과 직접 또는 인터넷을 통한 접촉을 통해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 사고 방식을 접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런 노력을 하지 않으면 정치후보자의 선거 공약이나 정책에 대한 평가를 현명하게 할 수 없고 감정적으로 호감이 가는 후보자에게 한표를 던지는 양상이 발생할 것이다. 이 시대에 맞는 혁신적인 변화가 무엇이고 이것을 정치지도자에게 적극적으로 요구하려면 기존의 관념 틀을 벗어나서 다양한 견해에 접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는 자신과 상반되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과 접했을 때 심리적으로 불편함을 느낀다. 그래서 곰곰이 타인의 생각을 음미하기 보다는, 무시하거나 자신에게 편한 식으로 해석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좋은 약이 입에 쓴 것처럼 우리는 입에 꼭 맞는 것만 취해서는 안 될 것이다.

 

/ 이병수 (미국 엘론대 교수·언론정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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