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전, 필자는 기초학력미달 구제를 위한 엄마랑 프로그램을 해왔던 S초등학교에서 K초등학교로 근무지를 옮겼다. 프로그램 도중이던 학생 10명이 교장을 따라왔다. 이 중에서 5명은 한글 1500자 과정을 마친 후, 동화책 500권 통독에 거의 도달해 있었다. 나머지 중 4명은 1500자 한글읽기를 하던 중이었다. 두 달 반이 지났을 때, 5학년 S의 엄마로부터 핸드폰 문자가 왔다. "선생님, S가 '콩쥐팥쥐' 낱장마다 15초 이내로 읽는 것, 끝까지 다 읽었어요." 2주일 후 3학년 Y 엄마로부터 전화가 왔다. "선생님, Y가 '콩쥐팥쥐' 1-92쪽까지 17분에 다 읽었어요." 모두 기초학력미달의 늪을 벗어나는 소식이었다. 필자는 재작년부터 목요일이면 성인장애인야학교에서 한글읽기마스터 강좌를 한다. 특수학교에서 초,중,고 전 과정을 졸업한 35세 청년을 만났다. 글자라는 걸 읽지 못했다. 소리내기도 못했다. '가' 라는 카드를 보면서 '가'라고 소리를 내주면 그는 '아'라고 소리 냈다. '가나다라...하까따...빠' 카드를 모두 해 보니까 5개만 소리가 났다. 말하는 단어는 10개정도였다. '교육과정 정상화'의 틀속에서 12년 과정을 마쳤는데 결과는 이랬다. 지금은 가나다...빠 19개를 소리 내고 읽는다. 받침 없는 글자, 8종 받침읽기를 거의 끝냈다. 6개월이면 100권씩 동화책을 3개월마다 읽게 된다. 1:1맞춤의 실질적 '교육과정 정상화'가 제대로 적용된 결과다.
기초학력 미달의 구제는 거액의 국고가 몇 년에 걸쳐 집중, 투자되고 있는 교육과학부 정책사업이다. 기초학력이란 학생에게는 최소한의 생존권, 인권, 학습권과 관련된다. 이 과제는 '결정적 시기'를 갖는 과제로 학교에서는 담임교사, 특수교사, 의무교육 관련 학부모까지도 일심동체로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필자는 기초학력미달 구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이를 시행해 왔다. 기초학력미달 구제는 기초교육을 맡는 초등교장의 시급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사람 팔자는 시간문제'라는 속담이 있다. 말이나 글과 같은 발달과업은 시기에 맞추어 진행되었을 때 아이의 장래가 바람직하게 된다. 그러므로 초등학교에서 말도 못 하거나 글도 못 읽는 아이를 발견하면 누구든지 그걸 서둘러 해내야 한다. 초등교육의 응급처치이기 때문이다. 기초학력미달 구제는 아이의 행불행을 좌우하는 과제이기 때문이다. 이런 과제를 두고 '이래야 마땅하다' '이러면 위법이다'라고 하면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어린이헌장에 이런 말이 있다. "위험에 처한 경우는 어린이부터 건져내야 한다." 결정적 시기가 있는 어린이는 어른보다 시급하기 때문이다.
선진 대한민국에서 공교육에 대한 교육수요자 학부모의 기대는 언제나 대단하다. 따라서 공교육 역량강화는 언제나 교육과학부의 과제가 된다. 공교육역량강화 측면에서 볼 때, 교육수요자 요구로 자연 발생되고 학부모명예교사가 자발적으로 참여되는 기초학력미달 구제 한글읽기마스터 프로그램이 공교육의 선두주자인 초등학교에 없어야 좋을까? 현존 프로그램조차 뿌리 뽑아 없애려는 모습은 교육수요자를 최고로 여기는 대한민국 교육당국의 정도일까? 그게 '교육과정 정상화'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름만이 아닌 '실질적 교육과정 정상화'를 지향하는 노력이라야 공교육 역량을 조금씩이나마 높여가는 길이 아닐까? 우리 대한민국 교육은 앞으로 전진해야 한다. 뒤로 후퇴하는 것은 선진 대한민국 교육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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