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 조례 개정 근본적인 해결책 안돼…작은 관심부터 시작하면 큰 효과 가져올 수 있어
북한이 남침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줄 아는가? 최근 버전의 정답은 '남한의 중학생이 무서워서'란다.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으로 학교폭력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했다. 이에 지난 1일 피해 중학생 A군이 유서에서 가해자로 지목한 중학생 B군 등 2명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다. B군 등은 피해자 A군에게 물고문을 하거나 목에 전깃줄을 감아 잡아당기고, 바닥에 떨어진 과자를 먹도록 강요하는 등 지속적으로 괴롭힌 것이 확인돼 구속됐다. 하지만, 이 사건은 학교폭력 실태의 단면일 뿐 학교폭력은 오랜 시절 계속되던 문제점이다. 심부름부터 현금 갈취, 고문 심지어는 통장을 훔쳐오라는 요구 등 학교폭력의 양상은 다양화되고 있다.
이는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된 '왕따'문제가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폭력이 가장 두드러진다는 지적이다. 부모의 지도 하에 지내온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진학하면서 자기 정체성, 또래집단 형성의 중요성이 대두되며 이를 폭력으로 내보이는 것이다. 지난 2008년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의 조사에서 중 1학년 때 폭력 피해를 처음 겪은 학생은 22.5%이며 학교폭력 상담 건수에서 중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이 50%가 넘는다.
청소년들은 억제된 감정을 폭력이란 수단으로 폭발시키고 있다. 억제된 감정은 부모의 기대, 가정 문제, 학업에 대한 고민, 또래관계 등으로부터 발생한다. 이들의 감정은 표출되지 못한 채 마음 속에 담아두고 어느 순간 자신이 생각하는 약자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것이다.
감정을 원활하게 표현할 방법을 모르는 청소년들은 '소통의 부재'를 겪고있다.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우리나라는 가정의 기능이 크게 약화됐다. 부모가 맞벌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핵가족화가 되고 집에 남겨진'나홀로 아이'가 급증했다. 아이는 혼자만의 시간에 익숙해지고 소통의 공간이 줄어들며 감정을 억제하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정의 교육 기능이 학교와 학원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사회는 점점 학력지향주의로 발전했고, 교육과정은 입시에 치우쳐졌다. 청소년들의 인성, 교양을 발전시키는 교육 프로그램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내부에서 학생인권조례가 학교폭력에 악용될 수 있다는 문제점을 인정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조례가 근본적인 문제점이 아니다. 1315(13세~15세)세대의 아이들을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폭탄(Bomb)이라 생각해 B세대라 부른다. 학교폭력으로 학생들을 특정화시키고 문제라고 지적하는 태도는 옳지 않다. 조례 개정 등 큰 해결책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아주 작은 관심부터 시작되면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믿는다. 이들은 우리가 무조건적으로 다그쳐야 할 대상이 아닌 우리가 감싸고 다독여줘야 할 우리나라의 미래이다. 소통의 기술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중요한 요소이다. 청소년들에게 진심으로 다가서 이야기를 나눠 이해하는 진실성이 필요하다.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부모의 역할이다. 부모와의 소통은 자녀가 엄마의 뱃속에 존재하면서부터 시작한다고 믿는다. 아이들은 부모와 많은 것을 함께 하고 싶어한다. 아이들과의 소통의 끈을 놓지 않고 잡아준다면 학교폭력 해결의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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