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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간 하루 17시간 흙으로 담아낸 자연의 빛

서양화가 조도중 개인전 비단에 그린 듯 고운 광채 생명근원 포착 50점 전시

▲ 조도중 作 '포도원의 아침'
이순을 넘은 나이에 매일 17시간의 작업이 가능할까. 그것도 한 두 해가 아닌, 14년간이나 그렇게 했다면 그 사실만으로 경외스러운 일이다. '흙의 화가'인 서양화가 조도중 화백(65)이 그런 믿기지 않을 작업을 해왔다. 눈 뜨면서 잠드는 순간까지 오로지 작업에 몰두했다. 한쪽 손으로 밥을 먹으면서 나머지 한쪽 손으로 그림을 그렸다. 그림을 그리다 보면 밥 먹는 걸 잊고, 그러다보니 10여년간 차분히 앉아 반 한 그릇 먹어본 적이 없었단다. 무엇이 그를 그렇게 그림에 몰두하게 했을까. 뒤늦게 흙에 눈을 뜨면서'엄청난 힘'이 솟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원래 한 두시간 그림을 그려도 머리가 지끈거리고 기운이 빠져 쉬고 싶기 마련인데, 새롭게 눈 뜬 작업에 피곤한 줄을 몰랐다.

 

 

"40년간 해온 유화작업보다 몇 배 흡족한 그림이 흙으로 제작됐다는 사실에 기쁨이 충만했습니다. "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게 자신만의 독창성이다. 유화를 참 좋아했지만, 유화로서 찾지 못한 독창성을 흙이라는 질료로 빚어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작품을 흙이 준 선물이라고 말한다.

 

흙을 구하는 작업은 고된 노동을 요구하는 힘들고 어려운 일이었다. 작가는 산에 올라 마음에 드는 색의 흙을 만나면 그곳에 표시를 해두고 매일 그곳을 오른다. 흙의 또 하나의 미덕인 참을성을 말하고 있다. 흙을 고르게 가꾸고 씨를 뿌리면 우리에게 수확의 기쁨을 주듯이, 작가 역시 이러한 흙을 통해 모든 작업이 자기실현의 길, 또는 본연의 자기를 회복하기 위한 고행이라 여겼다.

 

처음에는 작업실이 있는 고창 지역의 황토만을 사용했으나 지금은 그를 알아주는 사람들이 많아 전국 각지에서 흙을 보내줘 다양한 흙을 활용할 수 있단다.

 

'그의 작품은 유화작품들과 다르게 비단에 그린 듯 고운 광채와 편안하고 안정감 있는 색을 얻게 된다. 작품들은 마음을 훈훈하게 하는 분위기로 표현되어 있고, 나무와 줄기 그리고 꽃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는 추상화다. 그러나 작가의 추상화는 인위적인 것이 연상되지 않고 순수한 자연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평을 받는다.

 

그는 자신의 그림에서 숨결을 느낀다고 스스로 만족해 한다. 자신이 자신의 그림을 보는 게 아니라 그림이 자신을 보는 것 같기도 한단다. 그림 속에서 꽃이 피어오르고, 색과 색 사이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름을 본다. 이런 작업과 작품들이 하나님의 마음에서 비롯됐기 때문으로, 구도자적 자세의 작업인 것으로 설명했다.

 

그렇게 해온 작업과 작품들을 갖고 2년만에 서울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이번 전시에서는 깊은 산속의 이른 아침 풍경 등 땅에서 끊임없이 올라오는 생명의 근원을 포착하는 작품 50점을 보여준다. 출품작중 색채 대비만으로 명암과 원근감을 표현한 '포도원의 아침 Ⅱ'는 작가가 가장 공을 들이고 아끼는 작품이라는 게 부인의 설명이다.

 

 

△조도중 개인전=22일부터 28일까지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인사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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