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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서 발견한 별과 희망의 메시지

▲ 신수영 前 원광대신문 편집장
주말에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가게에 들어서는데 직원들의 표정이 어리둥절해 보였다. '왜 그럴까?'하는 생각에 주위를 둘러보니 젊은 여자 2명이서 수화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었다.

 

가게에 있는 사람들은 그들을 보고 수군댔다. '사람들이 왜 그런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까?'하는 생각도 잠시, 나 역시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들을 보는 시선은 비장애인인 내가 봐도 이상하리만큼 거북했다. 정작 장애인 본인들은 어떠했을까.

 

이들을 보고 있자니, 말하지도 듣지도 못하는 시청각 복합 장애인 남편 '영찬'과 척추 장애를 가진 부인 '순호' 부부의 이야기를 풀어낸 다큐멘터리 '달팽이의 별'(이승준 감독)이 뇌리를 스쳤다. 이 부부의 이야기를 접한 것은 지난해 10월, 익산 공공영상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익산장애인영화제'를 찾았을 때다.

 

이 다큐멘터리를 봤을 때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이 기회가 아니었다면 평생을 모르고 살았을 이들의 이야기, 신선하다면서도 짠한 감동이 몰려왔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우리가 익히 들어본 이 CM송은 조영찬·김순호 씨 부부를 위해 만들어 진 것만 같았다.

 

영화제에서 직접 이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이승준 감독을 만날 수 있었다. 인연이 닿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는 이 감독은 '영찬'과 '순호'가 세상과 소통하고 싶어 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풀어냈다. 영화 속에서 두 사람을 지탱한 것은 그들의 지독한 외로움 때문이었을 것이라며, 사람들이 외로움의 의미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단다.

 

처음에는 '시청각 복합 장애인은 어떻게 의사를 소통 할까?'라는 궁금증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하지만 나중에는 이 다큐가 주는 매력 때문에 집중하게 됐다.

 

그들은 손등 쪽 손가락 위에 점자(點字)를 쳐서 대화하는 방식인 '점화(點話)'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었다. 보이지도 말하지도 듣지도 못하는 남편 '영찬'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보는 영화에서 느끼는 멋진 구도와 스토리, 그림은 아니었지만 그들의 생활 그 자체가 멋진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때문에 이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기간도 1년여 정도로 길었단다. 가공되지 않은 그들의 아름다움 덕에 관객들은 웃고 울고 즐거워했다. 이들은 느림 속에서 우리들이 바쁜 나날을 보내느라 미처 보지 못한 소소하지만 특별한 것, 그렇게 우리가 놓치고 사는 것들을 포착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동안 '달팽이의 별'에 빠졌다.

 

이 감독은 "장애인들에게 있어 소통은 비장애인들에 비해 많은 시간이 걸리죠. 때문에 이들은 스스로를 달팽이 같다고 표현하곤 합니다. 그리고 장애인 친구들이 갖고 있는 세상, 우리들은 인식하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그들만의 세상을 별이라고 비유한 것입니다"며 다큐멘터리 제목에 대해 설명했다. 현재 그 달팽이는 아내의 도움으로 지난달 나사렛대 신학과를 졸업하고 이달 대학원에 입학했다.

 

'틀리다'와 '다르다'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장애인들은 비장애인과 '틀리다'고 인식 될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들과 비장애인들은 '다른 것' 뿐. 우리가 사방에 치어 바쁘게 살고 있을 때, 그들은 세상을 자기들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인식하는 것이다. 별을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별이 있다는 것을 의심해 본 적이 없는 그에게서 반짝이는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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