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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가 '먹고 토하는 날' 인가

▲ 임윤섭 전주대 사회복지학과 4년
3월 개강을 맞아 대학은 학생들로 북적댄다. 강의실을 찾아 허둥지둥하는 신입생들. 그런 신입생들을 영입하려는 각 동아리와 단체들의 학생들이 섞여 방학동안 조용했던 학교는 마치 어린이날 놀이공원처럼 북새통을 이룬다. 나를 비롯한 선배님들(특히 예비역들)은 시끄럽고 정신없어 죽겠다는 짜증스런 얼굴로, 혹은 너희들이 세상에서 제일 부럽다는 얼굴로 그 광경을 지켜본다.

 

매번 개강 때마다 가장 붐비는 곳이 내 생각에는 딱 두 곳인 것 같다. 일단 학교 구내서점. 요즘에는 인터넷 서점이 많고 싸기도 하지만 서점에는 새 학기 새 교과서를 사려고 하는 학생들이 줄을 섰다. 어지간한 '타이밍' 아니면 줄을 서서 상당히 기다려야 하고, 막상 서점에 들어가서도 학생들은 왜 그리 많은지. 책을 찾는 학생들과 찾아주는 서점 직원들이 섞여서 지나가기조차 힘들다. 책을 찾아도 계산을 기다리는 줄은 길다. 새 책 냄새와 새 학기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지 나도 줄을 서서 동기와 떠들어 댔다. 그런데 개강 일주일 후, 서점은 한산하다. 학교 구내서점은 '한철장사'인가 보다.

 

개강 때 붐비는 곳 두 번째. 대학가.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학교 앞 술집들. '수강신청주' 라고 수업에는 못 봤던 친구들도 이 시간에 이곳에서는 볼 수 있다. 대학로는 사람들로 꽉 차서 밥 먹을 식당 찾기도 힘들다. 자리 있는 집을 겨우겨우 찾아서 자리에 앉으면 다짜고짜 게임을 하고 술을 '말아서' 시원하게 들이키는 술자리. 가게 안이 웃음소리, 게임하는 소리, 고함소리 섞여서 옆 사람 말도 잘 들리지 않는다. 새벽까지 자리는 이어진다.

 

작년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에 의해 보도된 자료에 따르면 대학생들의 음주량이 10년 전보다 절반으로 줄었단다. 그러나 한 자리에서 폭음하는 비율은 훨씬 늘었다고 한다. 음주량이 줄었다는 것은 잘 모르겠는데, 폭음하는 것은 어느 정도 맞는 것 같다. 뭐 나쁘다고만 할 수도 없는 것 같다. 스트레스는 풀어야 하는 법이니깐.

 

그러나 이런 것들이 당연시 되고, '전통'이 되고 '문화'가 되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인 듯 하다. 서점은 개강 때만 바쁘고, 술집은 개강 때도 바쁜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과거 '통기타'와 '화염병'으로 대표되던 대학문화가 시간이 흘러 이제는 '술' 문화로 굳어져가는 것 같다. 과거에는 스트레스와 열망을 능동적으로 표출하고 풀고자 했다면 이제는 억누르고 다스리고 적응하려하고 잊어버리려고만 하는 것 같아 이 시대 한명의 대학생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하다.

 

또한 얼마 전 기사화 된 모 대학의 MT(M embership Training)는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군대식 '얼차려'로 인해 논란을 만들었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못한 '전통'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 학교뿐이겠는가. 많은 학생들이 MT는 '먹고 토하는' 날로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문화와 전통은 유익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진보되고 계승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른바 '대학문화'에 대해서 대학의 주체 중 한 축인 대학생들이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얼마나 있을까. 우리 학과후배들에게 물려줄 훌륭한 '전통'은 무엇이 있을까. 단지 먹고 마시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텐데. 빨리 안취하고 천천히 취하면서 우리 얘기와 생각을 나눠도 될 텐데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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