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의 진실'…전희식 전국귀농운동본부 공동 대표 서평
채소처럼 엽록소가 많은 식품은 많이 먹으라는 말을 들어왔다. 더구나 고기를 먹을 때는 쌈 채소를 많이 먹어야 한다는 것은 상식에 가깝다. 그런데 삼겹살과 쌈 채소를 같이 먹는 것은 암 덩어리를 키우는 자살행위라는 주장이 있다. 마트에 진열되어 있는 허벅지 속살같은 허연 무를 절대 고르지 말라고도 한다. 벌레 먹은 채소가 무조건 안전한 건 아니라고 강조한다. 진한 초록색 채소는 먹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일반 상식가 어긋나는 얘기들이다.
'채소의 진실'에 나오는 얘기다. 30년 이상을 자연재배만 해 온 일본의 가와나 히데오 씨가 하는 말이다. 이유가 뭘까? 녹즙기로 채소 즙도 내려 먹고 쥬스도 만들어 먹는 사람들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바로 농약 때문이다. 비료 때문이다.
허연 무에는 표백제가 뿌려진다. 딸기나 사과에는 빨갛게 보이라고 발색제를 치고 수백 가지가 넘은 토양소독제니 살충제, 살균제 뿐 아니라 농약의 지속력을 높이는 유화제, 두세 가지 농약을 섞어 칠 수 있게 하는 혼합제도 있다. 우리나라에는 등록된 제초제만 400종이 넘는다. 이런 화학합성물은 분해도 어렵고 소화·배출도 안 된다.
농약에 대한 경계심은 그래도 높다. 정작 더 무서운 것은 비료다. 채소가 왜 발암불질이 되는가 하는 점도 비료 때문이다. 농작물을 하루라도 빨리 키워 시장에 내고자 하는 돈벌이 농사는 대부분의 작물을 비닐하우스 속으로 쳐 넣었다. 그 속에서 질소 비료는 만성적으로 과다한 상태가 된다. 작물의 속성재배를 바로 질소가 담보하기 때문이다. 질소가 채소에 흡수되면 질산태질소로 변한다. 채소의 잎이 진초록이 되는 이유다. 무 잎이나 양배추, 시금치가 다 마찬가지다. 진한 색은 질소 과다 현상이다.
질산태질소가 체내에 들어가서 고기나 생선에 포함된 단백질과 결합하면 '니트로소아민'이라는 발암물질을 만든다. 메트헤모글로빈이 생겨 혈액의 산소 함유량을 급격히 떨어뜨리기도 한다. 급성 빈혈증상이 생기면서 죽기까지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어떤 비닐하우스에서는 채소를 한 해에 스물여덟 번이나 돌려 키운다 하니 질소의 과잉투입이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잎사귀가 부채만큼이나 크고 싱싱하면서 짙푸른 채소가 바로 이렇게 키운 것들이다.
이 책에서는 재미있는 통계자료가 소개된다. 50년도와 2000년도의 채소 성분 조사표다. 양배추는 비타민B가 90%가 감소했고, 무는 비타민C가 40%, 시금치는 철분이 85%, 당근은 비타민이 64% 감소한 것으로 나온다. 이른바 유기농 야채도 똑같다. 유기질 비료를 주는 유기농은 화학 비료를 주는 화학농작물과 큰 차이가 없다.
'채소의 진실'이 말하는 자연재배 농산물의 식별법은 옅은 연두색 채소, 작지만 조직이 조밀한 채소, 살짝 데쳐보면 색상이 더욱 선명해지는 채소다. 싹을 안 나게 하여 오래 저장하고자 방사선을 쬐는 마늘, 감자, 고구마, 생강, 양파, 버섯, 효소식품 등의 이야기도 귀담아 들을 만하다.
음식이라는 것은 생명의 원천이다. 영양공급을 위한 원자재가 아닌 것이다. 그러나 농사에 스며든 자본의 논리는 모든 먹을거리들의 생산과 유통, 소비까지 돈벌이 대상으로 전락시켰다. 종자까지 초국적 자본이 장악 한 상태에서 밥상 위에서 우리가 하는 선택은 고도의 정치행위라고 한 '육식동물의 딜레마'의 저자 '마이클 폴란'의 말이 새삼 떠오른다.
△ 전희식 씨는 경남 함양 출생으로 1994년 완주로 귀농했다. 현재 전국귀농운동본부 공동 대표로 일하면서 '보따리학교'와 '스스로 세상학교' 일에 열성이다. 귀농생활을 정리한 책'아궁이 불에 감자를 구워먹다'(2003)과 치매 어머니와 함께한 자연 치유의 기록'똥꽃'(2008)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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