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 시인 자전적 에세이'잘가요 어리광' 발간
김영 시인(52·사진)이 자전적 에세이 '잘 가요 어리광'을 냈다(도서출판 북 매니저).
"다수의 자전수필의 결함이 자신의 자랑이나 은근한 과시욕에서 형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김영의 글은 과거의 아픔이나 부족함을 진솔하게 표현하여 독자들에게 거울이 되게 하는 선도적인 면을 만들어주고 있다." 소설가 라대곤씨가 서평에서 이렇게 적은 것처럼 산문집 제목이 된 '잘 가요 어리광'에서도 시인의 이야기는 곧 보통 사람들의 반성문이기도 하다.
'내가 다른 사람 마음에 맞는 친구도 되어 주지 못했고, 내가 의리를 지키지 않은 적도 아주 많았고, 내가 진실을 외면하고 살았으면서도 항상 다른 사람을 탓하고 어리광을 부렸네요. 내가 배려하고, 내가 지켜주고, 내가 진실할 게요.'로 시인은 어리광과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산문집은 제주도 올레길을 걸으면서 그곳에서 만난 자연, 사람들을 통해 시인의 어제와 오늘을 이야기 한다.
'등산을 좋아했다. 많은 산들을 다녔다. 오르고 또 올랐다. 젊은 한 때 정상을 정복하는 연습을 하며 그렇게 살았다. 그러다가 길을 알았다. 길을 떠나서라도 기어코 정상으로 오르려던 생각을 바꾸었다. 길은 질러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돌아가야 제 맛이다. 길은 황송할 만큼 공손한 기울기를 갖고 있다.'
시인이 서문에서 밝힌 겸허한 삶의 자세가 글 전체를 관통한다.
'흔들림이 존재 밖에서 타의로 일어나는 움직임이라면 떨림은 존재 안에서 자의로 일어나는 움직임이네요. 흔들림이 존재가 휘청거리는 시간이면 떨림은 마음이 반짝이는 시간이네요. 기대가 있는 사람만 떨림이 있데요'. 산문집 첫 글을 장식한 '떨림'에서 올레길 걷기에 나서는 기대와 설렘을 이렇게 드러냈다.
시적 감각과 동심의 순수함을 읽을 수 있는 것도 즐거움이다.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았을 한라산의 옆구리를 간질이며 지나가고 있어요. 어둑어둑한 길이지만 그녀가 해맑은 아침얼굴로 살짝 웃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한라산 머리에 별이 송이송이 매달렸어요'('꺼병이'중에서)
저자가 직접 촬영한 제주도 올레길 사진들을 함께 만날 수 있다.
1995년'자유문학'으로 등단한 김 시인은 시집 '눈 감아서 환한 세상''다시 길눈 뜨다'와, 수필집 '뜬 돌로 사는 일'등을 냈다. 김제 만경여고 교사로 재직하고 있는 시인은 독서대상 대통령상·신지식인상을 수상하기도 했고, 전북여류문학회 회장을 활동했다. 올 연초 전북시인협회가 수여하는 제12회 전북시인상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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