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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이 곳에 태어나서 행복하십니까?

우리 모두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나와 다른 것을 인정하고 이해해야

 
한 달 전쯤 여성가족부가 주최하는 나라사랑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해 중국에 다녀왔다. 프로그램의 목적은 중국에 있는 우리 유적을 답사하는 것으로 나를 비롯한 20여 명의 참가자들은 광개토대왕비, 발해 성터 등에 직접 가서 보고 함께 공부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후 중국에 있는 우리나라 유적지에 대해 몰랐던 사실을 많이 알게 됐다. 하지만 유적보다 기억에 남는 것이 있었다. 한 청년의 말이 내 마음 속에 깊이 박혀 내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다.

 

중국에서 유적지를 답사하는 동안 우리들을 안내해준 가이드는 조선족 청년이었다. 그는 연변 조선자치주에서 태어나 줄 곧 조선자치주에 거주했다고 한다. 나를 비롯한 참가자들은 그가 매우 신기했다. 조선족이라는 단어를 언론에서 자주 접하긴 했지만 조선족에 대해 잘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외모는 우리와 같으나 중국에서 태어나고 자라 중국어를 사용하며 중국 역사를 배운 그들의 생활, 가치관이 매우 궁금했다. 버스로 이동하는 도중에 조선족에 대해 궁금한 것을 질문하고 가이드가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 똘똘한 아이가 "당신은 중국에서 태어난 것이 행복하십니까? 만약에 다시 태어난다면 중국과 한국 중 어느 나라를 택하겠습니까?"라고 물었다. 우리는 내심 한국이 더 좋을 것 같다 혹은 나는 한국 민족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태어나고 싶다는 답변을 기대했다. 그러나 뜻밖에도 그 청년은 "나는 중국에 태어나서 매우 행복합니다. 나는 다시 태어나도 중국에서 태어나고 싶습니다."라고 당당하게 답했다.

 

나는 그의 말을 들으면서 조선족은 중국 전통 민족인 한족이 아니기 때문에 차별받지 않는지 궁금했다. 그러자 그는 오히려 중국 정부에서 한족에 대해선 산아정책을 실시하지만 소수 민족들에게는 두 번째 자녀부터 보조금을 주고 무료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고 했다. 또한 각 민족들의 자치주를 인정해 주고 그 자치주 내의 가게 간판은 각 민족의 언어를 우선적으로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했다. 버스를 타고 연변에 가니 정말 그의 말과 같았다. 가게마다 모두 우리 한글로 된 간판이 있었고 중국어는 한국어 뒤에 적혀있었다. 연변에 가니 한국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나와 다른 것에 대한 인정과 이해. 중국이 다른 민족을 대하는 방식을 피부로 직접 느끼며 놀랍고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단일민족을 유지해야한다는 어리석은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는 않은가? 더 나아가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은 행복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농촌 총각들이 결혼 시기를 놓쳐 국제결혼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우리는 국제결혼을 한 외국인들에게, 국제결혼을 해서 태어난 아이들에게 결코 친절하지만은 않았다.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우리는 그들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다. 혼혈이라는 이유로 우리가 굳건히 지켜온 단일민족사회의 질서를 해치는 존재로 취급하였다. 이런 사고는 그들을 우리 사회의 이단아로 내몰 것이다. 그들은 불행할 것이다. 또한 그들을 우리나라 고유 민족이 아니라고 배척하면 우리나라의 발전도 없을 것이다. 우리 사회도 불행 할 것이다.

 

더 이상 그 누구를 위해서도 단일민족을 주장해서는 안된다. 중국이 다른 민족을 인정하고 함께 살아가는 것처럼 우리도 그들을 인정하고 곧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야한다. 그래서 모두가 행복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훗날에 당신은 이곳에 태어나서 행복하냐 물을 때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나는 한국에 태어난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할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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