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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부자가 되고 싶은가

한은희 한일장신대신문 편집장

 
부자가 되는 법을 가르치는 강의가 열린다는 소식이 라디오를 통해 들려왔다. 별생각 없이 창밖을 보고 있던 나는 뜨악했다. 신학을 하는 나로서는 노골적으로 부를 추구하는 세속가치관에 거부감이 들었다. 그래서 그게 도대체 무엇인지 검색해보았다. 검색어에 '부자되'까지만 썼는데 '부자되는 법', '부자되세요', '부자되는 습관' 등의 검색어들이 무섭게 따라 올라왔다.

 

부자는 어느 시대에든 있어왔고 빈자들은 그들을 부러워하는 것이 당연했지만 언제부터 '부자되기'가 우리 삶 속에 깊이 파고 든 것일까. 그리고 우리는 왜 부자가 되고 싶은 걸까. 반대로, 자신의 이익을 축적하는 것이 아닌 나눔과 만족의 삶을 사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나는 지난 7월 23일부터 8월3일까지 국제NGO단체인 '행복한아시아'에서 주최한 '제 2기 전라북도 청소년 해외봉사단'에 스텝으로 참여해 베트남과 캄보디아에 다녀왔다. 물론 청소년들의 글로벌마인드를 고취하기위해 역사, 문화, 종교탐방도 했지만, 봉사단인 만큼 소외계층에 관심을 두고 소외지역과 빈민촌을 많이 방문했다. 그런데 어느 빈민촌에 가든지 공통적으로 보이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사람들의 웃음이었다. 쓰레기와 오물이 깔린 진흙길에 화장실도 없는 그곳에서 우리는 애써 웃어주었으나, 그들은 티 없이 맑은 환영의 웃음과 만족을 보여주었다. 그 사실은 우리로 하여금 매우 깊은 반성을 하게 했다.

 

그들은 어떻게 만족할 수 있을까. 대개의 빈민국이 그러하듯 캄보디아의 행복지수도 높은 편이다. 쉽게 말하면 오늘 먹을 것이 해결되면 걱정이 없는 것이다. 즉, 현실에 만족하는 삶이다. 그런데 우리는 내가 갖고 있는 것을 보지 못하고 내가 가져야 할 것만 보고 있다. 그러니 그것을 갖지 못해 불행해지는 것이다. 그것이 땅이든, 돈이든, 사람이든지 간에 계속되는 불만족과 욕심은 행복에서 멀어지게 만든다.

 

반대로, 가진 것을 나누는 사람과 가진 것에 만족하는 사람이 있다. 최근에는 각종 NGO단체들과 뜻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나눔과 봉사로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들은 왜 자신의 물질을 나누고 후원하고 직접 그 땅에서 봉사하는 것일까. 현장에서 그들과 살을 부대껴 보니 이제야 알겠다. 많이 가지지 않았어도 지금의 내 것에 만족하니, 더 이상 욕심부릴 것이 없어지고 외려 나보다 덜 가진 사람에게 관심이 가는 것이다. 또 나보다 덜 가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기위해 가보니 그들은 이미 만족하며 웃고 있다.

 

봉사기간과 이 글을 쓰는 동안 스스로에게 부자가 되어야 하는 이유를 물었지만 대답할 수 없었다. 아마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라는 단순한 답 외에는 대개 나처럼 그 이유를 찾기 어렵지 않을까. 자본주의는 이윤추구가 가장 기본적 원리이기 때문에 우리는 당연히 더 많은 물질을 갖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게 맞는지도 모른다. 옳은지 그른지는 모르고 사회가 강요하는 논리에 의해 특별한 이유 없이 따라가는 것일 수도 있다. 자본주의가 그르다거나 부자가 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맹목적인 부에 대한 집착이나 욕심을 버리고 작은 것에 만족하자는 말을 하고 싶을 뿐이다. 여러분이 부자가 되고 싶은 편과 나눔의 삶을 사는 편 어느 쪽이든지 작은 것에 만족할 줄 안다면, 그 삶 가운데서 작은 만족을 뛰어넘는 큰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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