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 원용찬 교수, 경제사상가 칼 폴라니 조망
지난해 뉴욕 맨해튼에서 시작된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는 시위는 대형 금융기관들의 탐욕과 부패를 비난하는 데서 촉발했다. 이 운동은 신자유주의로 위장된 시장경제의 수탈과 착취, 금융과 지대 수탈에 따른 부의 이전, 절대 다수의 빈곤, 1%가 99%의 부를 독점하는 초양극화의 불평등에 대한 분노였다.
전북대 원용찬 교수(경제학)가 세계적으로 확산된 아큐파이 운동을 보며 시장자유주의의 메커니즘을 근원적으로 비판한 칼 폴라니(1886~1964)를 주목했다. '칼 폴라니, 햄릿을 읽다'(당대 출판).
저자는 책의 시작을 '햄릿'이야기로 시작한다. 경제학자와 햄릿,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 조합은 그러나 폴라니의 주장을 이해하는 핵심이다.'아버지의 복수를 미루고 견디며 사느냐(to suffer and to be)' 아니면 '운명을 당당히 받아들이고 죽느냐(to take arms and not to be)'를 고민하는 햄릿처럼, 시장경제에 의해 인간으로서의 총체성을 잃고 지리멸렬한 노동으로 '밥'을 벌든지 아니면 이를 거부하고 굶주릴 것인가를 두고 고민한다.
폴라니는 이 선택을 두고 인간은 죽음으로 인해 언젠가는 자신의 영혼을 잃을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고 '체념'하라고 한다. 그래야'자유'를 깨닫고 인간 영혼에 원래부터 있던 품격과 창조적 개성, 그리고 평등을 지향하는 공동체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파악했다.
시장 자유주의자의 주장이 가진 몰역사성과 허구성을 밝히기 위해 폴라니는 인간의 경제에서 교역·화폐·시장이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이 개별적으로 발전해 왔음을 보여준다. 폴라니는 또 시장경제를 '악마의 맷돌'로 표현했다. 공동체가 뿌리째 뽑히고, 삶의 동기와 존엄성이 파괴된 채 언제든 시장의 화폐요구에 복속될 수밖에 없는 맨 몸뚱어리로 전락한 것이 시장경제라는 '악마의 맷돌'이 갈아버린 결과라고 본 것이다.
저자는 "오래전 대학원 석사시절에 일본에서 왕성하게 연구되고 있던 폴라니의 경제사상과 경제인류학을 접하고 크나큰 충격을 받았다"며, "월가의 저항운동을 보면서 폴라니의 숨결과 생각이 여전히 살아 움직이고 세계질서와 시장 자본주의를 새롭게 바꾸려는 힘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면서 책을 집필하게 됐다"고 말했다.
저자는 또 폴라니가 역설한 애초 한 몸이었던 '경제'를 '사회'에 되묻어 인간이 이웃과 함께 공동체의 터전을 회복할 때 '거대한 전환'이 마련될 것으로 결론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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