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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희망 찾아가자 - 할레드 호세이니 소설 '연을 쫓는 아이' 김관식씨 서평

 

연은 종이에 대나무를 가늘게 쪼개서 붙여 줄에 매달아 공중으로 날리는 놀이기구다. 우리의 과거 문헌을 들여다보면 연은 놀이 뿐만 아니라 액을 쫓는 의식이나 의사전달의 수단으로 그리고 상대를 공격하기 위한 목적으로도 사용되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연은 인간이 도달할 수 없는 창공을 가르며 줄 끝 반대편의 존재와 팽팽하게 연결이 되어 있다. 다시 말해 연은 하늘을 자유로이 날고자 하는 소망을 대신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한 줄에 의해 구속되어 있을 때 날아올라 창공을 휘저을 수 있는 것이다. 소설 '연을 쫓는 아이들'은 이러한 연의 속성을 소설의 전편에 드러내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유망한 가계의 부유한 집안에서 아버지 바바의 아들로 태어난 아미르 그리고 그 집 하인 알리의 아들로 태어난 태어난 1년 터울 하산은 어린 시절을 주인과 하인 사이로 친구처럼 지낸다. 그러나 1975년 겨울 연날리기 대회 우승 이후 연을 쫓던 하산에게 일어난 사건을 외면하게 되고 그들의 관계는 소원해진다. 결국 아미르의 모함으로 알리와 하산은 바바의 집을 떠나게 된다. 이후 아프가니스탄은 혁명과 전쟁, 내분의 소용돌이가 몰아치고 바바와 아미르는 조국을 탈출하여 미국으로 망명생활을 한다. 만족한 결혼 생활에도 아이를 가질 수 없었던 성공한 작가 아미르는 2001년 아버지의 친구이자 자신의 정신적 지지자였던 라힘 칸의 전화 한통을 받고 파키스탄을 방문한다. 그곳에서 그는 자신의 어린시절을 지배했던 위선으로 뒤틀린 사실들을 직면하고 외면했던 상처를 감싸안기로 한다. 알리는 세상을 떠났으나 그의 아들 소랍이 남아있는 조국 아프가니스탄으로의 위험한 여행길에 오른다. 어린시절 아세프가 하산에 가했던 성적 폭력이 광기 어린 내분의 와중에 소랍에게도 행해졌음을 안 아미르는 목숨을 건 행동으로 소랍을 구해 미국으로 되돌아오기로 한다. 소랍은 그 와중에 버림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에 자살을 시도하고 실어증의 상태가 되어 함께 돌아온다. 공원에서 희미하게 미소 짓는 소랍과 함께 연을 날리며 마침내 끊어진 연을 쫓는 아미르는 자유로움과 희망을 얻는다.

 

소설의 호흡은 팽팽한 날아오르기와 느슨히 하강하기 그리고 다시 팽팽히 날아오르기처럼 연 날리기와 닮아있다. 아미르와 하산은 연과 얼레 사이 연줄과 같이 드러나지 않는 이복혈연의 줄로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그들 사이에 신분의 차이가 있고 소용돌이치는 아프가니스탄의 역사와 현실이 있다. 그것은 광복과 내분, 전쟁 그리고 구데타 등의 우리의 근현대사를 가로질러 가는 역사적 흐름과 매우 유사하다. 그리고 소설 속의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필자를 포함하여 주위에서 많은 이들이 겪는 관계와 정서적으로 매우 유사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이 소설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 마치 몇몇 단어만 바꾸면 우리 이야기를 읽고 있는 듯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 소설은 상처를 준 것 때문에 고통 받는 받는 아미르와 상처받는 하산의 이야기이다. 우리의 삶이란 어쩌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누군가에게 상처받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 고통과 상처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용서하고 승화시키는가에 따라 인생의 가치는 달라지게 마련이다. 저자 할레드 호세이니는 아프가니스탄계 미국인으로 의사로서 소설을 쓰는 작가였으며 현재는 유엔의 난민국에서 NGO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의 삶이 그의 소설에 가치를 더할 수 있기를 응원하고 싶다.

 

필자는 이 소설을 교수 생활을 접고 개원을 한 이후 불안정한 시기에 읽었다. 그때 스스로 자신의 상처 뿐만 아니라 아버지의 위선을 함께 감싸안고 자신을 용서해가는 아미르의 여정 속에서 함께 아파하고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난다. 이후 조금은 평온해진 요즘 다시 읽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은 다시 읽는 지루함을 주지 않았고 여전히 필자의 마음을 위로하고 있었다. 연을 하나 날려 저 창공으로 놓아주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떳떳치 못한 사실을 숨기고 살아야 했던 바바가 아미르를 무릎에 앉히고 자신을 향한 향한 채찍처럼 들려준 이야기는 오늘의 우리가 되새길만하여 인용하고 싶다. "네가 사람을 죽이면 그것은 한 생명을 훔치는 것이다. 그것은 그의 아내에게서 남편에 대한 권리를 훔치는 것이고 그의 자식들에게서 아버지를 훔치는 것이다. 네가 거짓말을 하면 그것은 진실을 알아야 할 다른 사람의 권리를 훔치는 것이다. 네가 속임수를 쓰면 그것은 공정함에 대한 권리를 훔치는 것이다.

 

 

 

*김관식씨는 종양학을 전공한 산부인과 전문의며, 전북작가회의 회원이다. 현재 자인산부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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