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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그리고 고추잠자리 - 진 진

풀잎 끝에 고추잠자리 한 마리가 앉아있네요.

 

미동도 하지 않고 앉아있네요.

 

놀라워라. 저 완벽한 수평.

 

내 생각의 수레는

 

이리 기우뚱 저리 기우뚱

 

단 1분도 수평을 이루지 못하는데.

 

정육점 주인이 바라보는 달과 달 사이에서

 

심하게 흔들리는데.

 

잠자리야, 풀잎 끝에서도 면벽(面壁)하는

 

잠자리야.

 

어쩜 좋아? 가을은 점점 깊어 가는데

 

 

※ 진진 시인은 2006년 '월간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40명의 도둑에게 총살당한 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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