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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의료 발전을 기대하며

정성후 전북대병원 원장

중국 고대 왕조인 은나라를 세운 탕왕은 자신의 세숫대야에 '日新又日新(일신우일신)'이라 새기고 매일 새로운 정치를 펼칠 것을 다짐했다고 한다. 한 나라의 왕뿐만 아니라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도 언제나 '새로움'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새로운 것을 바라고 추구하기도 하지만, 또 반대로 새로워진다는 것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과 불안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기도 하다. 어찌됐든 새로움은 희망과 긴장을 동시에 불어넣으며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요소임에는 분명한 것 같다.

 

이달에는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다. 새 정부는 '국민 모두가 행복한 나라'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 걸고, 국민의 민생을 최우선으로 챙기는 정치를 펼칠 것을 예고하고 있다.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 줄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을 가져본다.

 

직업이 의사이고, 더구나 지역 대표 거점병원의 경영을 책임지는 입장이다 보니 대통령 당선인과 새 정부의 의료 정책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새 정부는 암, 심장, 뇌혈관, 희귀난치성 질환 등 환자들의 부담이 큰 4대 중증질환의 진료비 전액을 보장하고, 저소득층 및 중산층의 환자 본인부담 의료비를 경감하는 등 민생 위주의 의료정책을 펼 예정이다. 현장에서 암 등 중증질환으로 고통 받는 저소득층 환자들을 많이 보아 온 입장에서 이들의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정부의 정책에 많은 기대를 가지고 있다. 다만 건강보험 재정과 일선 병원의 경영 상황 등도 함께 고려해 현실적인 정책을 펼쳐주기를 바란다.

 

이 지면을 통해 새 정부에 의료정책과 관련한 한 가지 부탁을 드리고자 한다. 지역의료발전을 위한 청사진과 현실적인 발전 정책을 고민해 달라는 것이 그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말 발표한 '2011년 지역별 의료이용 통계'에 따르면 서울지역 병원 환자 3명 중 1명이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온 환자라고 한다. 우리 전북은 지역 의료기관 이용률이 비교적 높은 편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2011년 한 해동안 37만여 명의 환자가 타지역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았으며 의료비로 쓴 돈이 무려 3,497억원에 달했다는 것이다.

 

의료는 국민의 삶 자체와 삶의 질에 직결된 문제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국민 행복을 꿈꾸는 새 정부의 매우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일 것이다. 특히 지역민들이 양질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역 의료 발전 정책을 제시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로 매우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지역병원이 그 지역민의 의료를 책임질 수 있을 때 타지역으로의 유출을 막고 비로소 나라 전체가 골고루 의료복지를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먼저 장기적인 안목에서 지역 의료의 발전 청사진을 제시해 주기를 기대한다. 지역 의료의 발전을 위해서는 우수한 의료인력과 인프라 구축이 모두 중요하다. 이를 감안해 지역의 인재가 지역 내에서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고, 연구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지역 거점 병원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는 국책보건의료 사업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 어린이병원과 같이 수익창출이 아닌 공공의료 차원에서 진행되는 사업에 대해 더욱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지역 의료기관들이 서울에 있는 의료기관 못지않은 장비와 시설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것도 필요하다.

 

이러한 것들을 지역 병원의 이기적인 요구로만 받아들이지 말고, '국민 모두의 행복'을 추구하는 새 정부의 비전의 관점에서 지역 의료의 발전에 대한 정책을 펴주시기를 다시 한번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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