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소라
이제 사람을 보고 세상을 본다.
한때 그가 중얼거릴 때마다
쟁깃날에 묻어나던 싱싱한 햇살
이제 제 나이를 갈아엎고
제 가족들마저 갈아엎고
그는 더 이상 갈게 없어
마지막 하늘을 본다. 가슴 속 쇠스랑소리
집에 오면 먼저 와 있고
가슴속 긴 밭고랑 집에 오면 빈 벌판
무슨 씨앗을 뿌릴까 농부는 컴컴한 제 방구석에서
밤새 씨 뿌리는 흉내
제 가슴에 불 지르는 흉내
하늘만 보고 물만 보던 농부는
이제 사람을 보게 되었다.
거울 없이도 제 모습을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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