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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붕괴의 현실

▲ 이기선 전주고등학교 교사
학교는 배우고 가르치는 공간이다. 그런데 요즈음 학교는 교육을 할 수 없는 장으로 변해가고 있다.

 

학생들의 생활습관은 갈수록 엉망이 되고 기본예절이나 질서의식은 사라지고 있다. 자기중심적 사고에 빠져 아예 상대방의 말은 듣지 않으려 하고 공부도 좋아하는 과목위주의 편식을 한다. 교우관계 역시 호불호로 구분한 뒤 서로에 대한 미움과 갈등만 키워나가고 있다. 미래의 희망이요 주역이 돼야 할 상당수 학생들은 수업시간 대부분을 엎드려 자는 것으로 때워버린다. 학생들의 이러한 무기력과 권태의 뒤편에는'생각하고 싶지 않는 복잡하고 짜증나는 어떤 세계'가 있다. 이들은 이런 세계와의 대면을 의식적으로 피하고 있다.

 

교사들 역시 무기력하기는 마찬가지다. 교사 집단에 만연하는 안락의 정서는 더욱 깊어져 서로 담임을 맡지 않으려 한다. 특히 학생지도의 어려움 때문에 학생부 업무를 기피하는 현상이 뚜렷하며 심지어는 학생들의 일탈 행동조차 무관심으로 일관하면서 학생들 뒤에 숨어 교육을 포기하는 현상도 나타난다. 따라서 전인교육은 고사하고 입시교육에서도 주도권을 학원에 빼앗긴 교사들은 그저 학생들의 스펙이나 정리해 주는 관리자로 전락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나라 중등교육의 중심수업은 영어 수학 2과목에 집중된 영·수공화국이다. 인간은 다양한 소질과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다지만 예체능이나 영·수 외에 다른 분야의 재능이 아무리 뛰어난다 해도 영어, 수학을 못하면 소위 명문대 진학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런 환경 속에서 자긍심과 소신을 가지고 교육활동에 열정을 가진 교사는 과연 얼마나 될까. 교사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으며 자존감은 사라진지 오래다. 교육은 교사의 권위가 지켜질 때 비로소 목표를 이룰 수 있다.

 

교육에는 '교과교육과 생활교육'이라는 두 영역이 있다. 우리는 흔히 '공부보다는 인간이 먼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학교 교육에 앞서 인성교육이 바탕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학부모와 자녀간 식탁에서 나누는 대화는 예절교육의 시작이자 사고력 배양의 장이다. 가족과 함께 식탁에서 나눈 대화는 큰 교육적 효과를 발휘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런 식탁문화가 사라져 버렸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약물오남용예방센터는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한 학생은 그렇지 않는 학생에 비해 A학점을 받는 비율이 두 배 이상 높고, 청소년 비행에 빠질 확률은 절반 감소한다."고 발표했다. 교육부는 '밥상머리 교육을 위한 실천지침 10가지'를 발표하고 일주일에 두 번 이상 '가족식사의 날'을 가질 것을 권했다. 교육은 학교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가정에서도 이루어진다. 가정교육을 제대로 받은 학생들은 생각이 옳고 인성이 반듯하고 예절이 바르며 배려심이 많다.

 

마침 이달은 가정의 날이자 스승의 날이 있는 뜻 깊은 시기다. 자녀를 가진 학부모는 물론 일선 교단의 교육자들은 이달 한달만이라도 각자 자신이 처한 입장에서 무엇이 진정 위기에 빠진 교육을 제대로 정립할지를 스스로 묻고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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