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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에 귀촌, 볏짚으로 친환경주택 짓는 이웅희씨

짚 압축해 쌓는 스트로베일하우스 단열효과 뛰어나고 습도조절 기능

▲ 스트로베일 하우스는 직접 지을 수 있고,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데다 건강에도 좋다고 강조하는 이웅희씨.

쉽게 이야기하면 '스트로베일하우스'(Strawbale House)는 압축시킨 볏단으로 벽체를 쌓고 황토로 미장하여 짓는 집이다. 대개 귀농·귀촌하는 이들이 친환경주택으로 꼽는 흙집·한옥과 대별되는 장점 덕분에 스트로베일하우스는 뒤늦게 입소문이 난 사례.

 

이웅희씨(52)는 고향은 청주지만, 진안에 땅을 사게 된 인연으로 서울 삶을 접고 2009년 이곳에 터를 잡았다. 다소 막연하지만 농촌에 가서 공동체를 이루며 소박하게 살고픈 그의 꿈이 결실을 맺게 된 고리는 스트로베일 하우스였다.

 

스트로베일 하우스의 또다른 별칭은 '도자기 집'. 스트로베일 하우스의 재료가 되는 짚을 모래와 섞어 반죽하기 위해 기계가 아닌 손을 쓰기 때문에 마치 도자기를 빚는 것처럼 곳곳에 사람의 땀과 노력이 배인다는 의미다. '집은 마음으로 짓는다는 말'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일 게다.

 

"무릇 살아있는 것은 늘 변해서 그 변화무쌍함이 오히려 좋아 나를 깨우게 합니다. 그래서 제가 살고 있는 집은 완성된 집이 아니예요. 오히려 단단하게 똬리를 틀고 변화를 거부하는 집이야말로 숨통을 쥐고 삶을 옥죄는 짐이겠죠. 그런 점에서 스트로베일 하우스는 나를 쥐고 흔드는 집이 아니라 나와 함께 호흡을 맞춰가는 집에 가깝습니다."

 

2005년 처음 이 주택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오스트레일리아로 날아가 직접 배우고 익힌 그는 사업가에서 스트로베일 건축가로 '업종 변환'을 하면서 국내 최초로 '스트로베일건축연구회'를 조직해 대중화에 나서고 있다. 그가 스트로베일하우스에 '꽂힌'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직접 지을 수 있고,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데다, 건강에 좋다는 점 때문"이라고 했다.

그가 지은 스트로베일 하우스 1호는 강원도 영원에 위치한 '동강사랑'(東江舍廊). 막 배운 뒤 짓는 집이라 시행착오가 거듭 돼 무려 4개월이나 걸렸다. 그는 "짚으로 집을 지어도 튼튼할까, 볏짚이라 습기에 노출되면 쉽게 썩지 않을까, 불이 붙으면 순식간에 타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기우(杞憂)에 가까웠다. "원재료가 되는 볏단이 외부에서 들어오는 습기를 차단하기 위해 따로 방수막을 설치할 필요가 없을 만큼 충분한 습도 조절 기능이 있었고, 미국·캐나다 소방안전시험 결과 스트로베일 벽을 가열했는데도 불이 전혀 붙지 않았다는 연구결과가 있었다"는 것.

 

심지어 바다를 끼고 있어 늘 습도가 높은 제주도에서 스트로베일 하우스를 짓고 사는 지인도 "벽에서 물이 줄줄 흐르는 집이 많은데 오히려 여름에 더 보송보송하다고 만족감을 표시했을 정도"인 데다 단열 효과가 3배 이상 돼서 연료비를 절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남성들에게도 선호도가 높았다. 다만 스트로베일 하우스는 건축비가 만만치 않고, 건축기간이 1.5~2배가 든다는 점이 단점.

 

현재 그가 운영하는 '스토로베일건축연구회'(cafe.naver.com/ strawbalehouse)는 1년에 4회 정도 1주 과정으로 워크숍을 열어 건축기술을 가르치고 보급하고 있다. 건축의 이론과 기초과정을 익힌 뒤 벽쌓기와 미장하기를 4~5일 동안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과정. 1주지만 실제 교육일수는 9일이다. 하지만 이 과정을 마쳤다고 해서 바로 스트로베일 하우스를 지을 순 있는 건 아니고 기초를 익히는 정도에 가깝기 때문에 모임에 맡겨서 짓는 경우가 더 많기도 하다.

 

그는 "스트로베일 하우스는 더불어 살기의 시작"이라며 "자신이 살 집을 이웃과 더불어 스스로 지으며 관계를 회복해보는 일이야말로 삶을 돌이켜보는 실마리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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