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부조리속에서도 세계 대국 이루기까지 균형있게 다룬 보고서
조정래는 전남 승주군 선암사에서 출생하여 1970년 현대문학 추천으로 등단하였다. 대하소설 <태백산맥> , <아리랑> , <한강> 이라는 20세기 한국현대사 3부작으로 1300만 부라는 한국 출판사상 초유의 기록을 수립했다. 이 후 경제민주화의 화두를 담은 <허수아비춤> ( 2010)을 썼고, 이어 시선을 중국으로 돌려 <정글만리> (2013)를 썼다. 정글만리> 허수아비춤> 한강> 아리랑> 태백산맥>
<정글만리> 는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한국인의 눈을 통해 바라본 중국에 대한 보고서라 할 수 있다. 정글만리>
중국에 근무하는 종합상사 부장인 전대광의 눈을 통해 중국경제에 엉켜있는 ‘관시(關係)’, 급속한 경제개발 속에서 파생되는 환경오염과 부패에 대해서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부작용과 부조리함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세계대국이 되었음을 또한 자세히 그려내 주고 있다.
며칠 전 이젠 거의 30년 지기들이 되는 친구들의 송년회가 있었다. 친구 한 명은 사업상, 한 명은 공무수행 상 중국에 가 있어 참석하지 못했다. 중국과의 사업은 아주 가까운 사업이 되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일이었다.
그러고 보니 지난여름 선후배들과 가진 가벼운 식사자리에서의 일이 생각난다. 아마 그 자리에서 중국 이야기가 나온 것은 어느 선배가 중국에 다녀온 근황을 얘기해서였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좌중에서 중국에 대한 자신의 소감이 뒤를 이었는데, 나는 10년이 더 지난 일이 되는 중국에 다녀왔던 때 일을 소개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었다.
여러 일화가 있었지만 그 때 내가 얘기했던 것은, 열차에 늦은 승객을 탈 수 있게 해주는 직업(?)에 관한 것이었다.
대략 3-4인이 조가 되어 허겁지겁 역으로 들어오는 승객이 있으면 옆에서 뛰면서 흥정을 한다. 지각이 분명한데도 돈을 주면 어떻게든 탈 수 있게 해주겠다고. 거래가 이루어지면 한두 명은 짐을 들어 재빨리 달려가고, 한 명은 날쌔게 열차 앞으로 달려가 열차를 몸으로 가로 막더라고. 뒤를 이어 다른 이는 어떻게 가짜 달걀을 만들어 팔수가 있느냐고, 먹는 걸 가지고 그럴 수가 있느냐고. 그 자리에서 중국에 많이 다녀온 분은 중국이 부상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정글만리〉는 중국에 대해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있게 볼 수 있도록 해주었다.
책을 펴내며 작가는 “지금 중국의 인구는 14억에 이르렀고, 중국은 G2가 되었다. 이 느닷없는 사실에 세계인들이 놀라고, 중국 스스로도 놀라고 있다. 예상을 40년이나 앞당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건 흔히 말하는 ‘기적’이 아니다. 이제 머지않아 중국이 G1이 되리라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 중국이 강대해지는 것은 21세기의 전 지구적인 문제인 동시에 수천 년 동안 국경을 맞대온 우리 한반도와 직결된 문제이다” 라고 했다.
내가 중국의 모습은 본 것은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黑猫白猫)론의 시대상과 맥이 닿아 있었던 듯하다.
이 말은 중국의 개혁과 개방을 이끈 덩샤오핑(鄧小平)이 1979년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와 주장하였고, 〈정글만리〉에서도 중국인들이 부를 늘리기 위해 얼마나 열과 성을 다하는 지 잘 나와 있다.
도광양회(韜光養晦), 자신의 재능이나 명성을 드러내지 않고 참고 기다린다는 뜻으로, 1980년대 주로 덩샤오핑의 대외정책을 일컬었던 말이었다.
뒤를 이은 후진타오는 화평굴기(和平崛起) 즉, ‘평화롭게 우뚝 선다’는 의미로, 기존의 도광양회(韜光養晦)를 대신하여 중국의 외교노선으로 취했다. 현재 시진핑의 행보를 보면, 주동작위(主動作爲) 즉, 대외정책에서 ‘해야할 일을 주도적으로 한다’ 라는 말이 빈 수사가 아닌 듯하다.
〈정글만리〉는 이런 사자성어 같기도 하고 슬로건 같기도 한 단어들이 중국 현대사에서 어떻게 맥락 지워지는지 자연스럽게 이해를 도와줄 것이다.
중국의 부상은 우리에게 너무도 큰 영향을 미치는 현실이고, 이 책은 쉽고 재미있게 그러면서도 깊이 있게 중국에 대해 알아갈 수 있게 해준다.
※이태환씨는 전북대병원 내과 전임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송천연합내과 원장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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