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늦가을, 모 방송국에서 고창의 조산저수지를 배경으로, ‘완장(腕章)’이라는 미니시리즈를 방영한 적이 있다.
땅투기로 성공한 최사장이 이곡리의 널금저수지 사용권을 얻어 양어장을 만들고, 그 관리를 동네 상건달 종술이에게 맡기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노란 바탕에 파란 글씨가 새겨진 감시원 완장! 난생 처음 서푼어치의 권력(?)을 찬 종술은 널금저수지를 찾아 낚시질을 하는 도시인들에게 기합을 주고, 고기를 잡던 초등학교 동창을 폭행하고, 마을 부녀자를 욕보이는 등 몹쓸짓을 일삼는다.
급기야 종술은 관리인 자리에서 쫓겨나지만, 해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저수지를 떠나지 않다가 가뭄 해소책으로 ‘물을 빼야 한다’는 수리조합 직원과 출동한 경찰과 부딪히는 우를 범하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완장의 허황됨’을 술집 작부로 부터 깨달은 종술은 완장을 저수지에 버리고 그녀와 떠난다는 줄거리다.
언제부턴가 군민들 사이에 그 ‘완장’이야기가 회자된다.
지방선거 출마자의 최소한의 자질을 검증하는 자격시험을 선거 전에 치러야 한다는 자조섞인 목소리도 함께 들린다.
2년 여 동안 계속되고 있는 군과 군의회, 군의원들 간의 싸움에 환멸을 느낀 군민들의 탄식소리인 듯 하다.
앞으로 5개월 여만 있으면 지역 일꾼, 완장을 뽑는 선거가 치뤄진다. 동문, 동향, 문중, 유력 당 등 별의별 연관을 들어 표를 구걸한다. 그저 본인만이 완장의 최 적격자고, 뽑아만 주면 잘 하겠다고 읍소하고 다닌다.
지역 발전을 위한 청사진 제시는 전혀 없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저 표만 얻으면 된다는 무자격자(?)들이 다수 판친다.
오는 6·4지방선거에서는 오직 후보자 됨됨이와 역량 등을 보고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자.
한번 잘못 뽑으면 최소한 4년이 퇴보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여 참 일꾼을 뽑는데 한표를 행사해야 한다. 완장찬 종술이가 더는 나와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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