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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축제의 중심 '판소리'] 최고 기량 소리꾼이 부르는 '다섯바탕'

전북 명창 4명도 출연 / 본래 소리판 복원 위해 한옥마을 동헌서 펼쳐

▲ 올 전주세계소리축제의 ‘판소리 다섯 바탕’에서 춘향가의 후반부를 부르는 송재영 전북도립국악원 창극단장.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 가장 중심을 차지하는 프로그램은 판소리이며, 판소리가 중심을 차지하게 된 것은 바로 이 지역의 역사성에 근거하고 있음을 지난번에 말한 바 있다. 그런데 판소리 프로그램 중에서도 가장 중심이 되는 프로그램이 바로 ‘판소리 다섯 바탕’이다. 이 프로그램은 소리축제가 시작된 이래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유지됐다. 지금까지 창(노래)이 전승되고 있는 판소리는 〈춘향가〉, 〈심청가〉, 〈흥보가〉, 〈수궁가〉, 〈적벽가〉의 다섯 가지다. 이를 말이 바로 ‘다섯 바탕’이다. 그러니까 판소리 다섯 바탕은 현재까지 창이 전승되고 있는 판소리 전체라는 말이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그야말로 우리나라 판소리를 대표하는 명창이 출연한다. 물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명창이라면 인간문화재가 출연하는 것이 좋겠으나, 현재 인간문화재 명창은 연세가 많아 오랜 시간 판소리를 불러야 하는 공연은 감당할 수가 없다. 그래서 40~50대 명창이 주로 출연한다. 사실 인간문화재 명창들이 우리나라 판소리를 대표하는 사람들이기는 하지만, 그들은 전성기가 지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문화재의 소리는 공력으로, 관록으로 부르고 듣는 소리이다. 실제 판소리에서 최고의 기량을 보이는 명창들은 중견이라고 불리는 40~50대 명창이다. 이들은 힘 있는 소리로 완창이 가능한 소리꾼이다. 실제 우리나라 판소리를 대표하는 이들이다.

 

판소리 다섯 바탕에서는 본래의 소리판을 복원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래서 극장이 없던 시절 대갓집 대청에서 이뤄지던 무대를 재현하도록 했다. 극장을 공연장으로 택하지 않고 한옥마을에서 여러 해 공연을 계속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될 수 있는 한 전통적인 소리판에 가까운 소리판을 벌여보고자 했기 때문이었다. 올해는 한옥마을 동헌으로 자리를 옮겨 소리판이 펼쳐진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완창을 주로 했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완창이 전통적인 판소리 공연 방식이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판소리 창자들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체력적인 부담이 크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소리꾼들이 자신의 기량을 최대한으로 발휘하면서 적당한 공연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선에서 계획하고 있다. 그래서 공연 시간도 두 시간 남짓으로 정해 자유스럽게 했다. 그렇다고 소리축제에 와서 판소리 완창 하나 듣지 못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되기 때문에, 두 사람이 연속해서 불러 완창이 되는 기획을 선보인다.

 

판소리는 아무래도 어려운 음악이다. 판소리 이해의 기본이 되는 사설(가사)은 현대 청중이 이해할 수 없는 19세기 언어와 한문이 많다. 또 외국인도 판소리를 체험하기 위해서 오는데, 그들은 자막이 없다면 기본적인 줄거리조차도 이해할 수가 없다.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회에서는 이미 국·영문 자막을 만들었다. 판소리 다섯 바탕에서는 한글과 영어가 동시에 연동돼 작동되는 자막이 제공된다. 이 자막을 통해서 외국인이나 한국인이나 판소리 이해에 훨씬 가깝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판소리 다섯 바탕에서 〈춘향가〉는 전북도립국악원 창극단장을 맡고 있는 송재영 명창과 전남도립국악단 창악부 지도위원을 맡고 있는 박춘맹 명창이 절반씩 불러 공동으로 완창을 한다. 송재영은 김연수 바디, 박춘맹은 정응민 바디를 부르기 때문에 대표적인 두 종류의 〈춘향가〉를 함께 음미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심청가〉는 도립국악원 창극단 단원인 김세미 명창이 김연수 바디를 부르며, 〈흥보가〉는 역시 도립국악원에서 판소리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김연 명창이 김연수 바디를 부른다. 〈수궁가〉는 광주시립국극단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윤진철 명창이 정응민 바디를 부르며, 〈적벽가〉는 도립국악원 창극단 상임단원인 장문희 명창이 박봉술 바디를 부른다. 이 중에서도 특히 정응민 바디의 〈수궁가〉는 부르는 사람이 많지 않아 들을 기회가 적은 귀중한 소리다.

 

올해 판소리 다섯 바탕에는 도내에서 활동하는 명창이 다수 출연한다. 그동안 도내 소리꾼은 소리축제에서 소외된 경향이 없지 않았다. 익숙한 소리꾼보다는 만나기 어려운 외지 소리꾼을 먼저 출연시켰기 때문이다. 올해는 6명 가운데 4명이나 출연한다. 이 정도면 전주의 판소리 수준을 다 보여주는 것이라 할 만하다. 판소리의 본고장이라는 말이 헛되지 않다는 것을 이들이 증명해줄 것이라 믿는다.

▲ 최동현 축제조직위 부위원장·군산대 국문과 교수

※ 이 칼럼은 전주세계소리축제와 공동 연재하고 있으며, 소리축제 공식 블로그 ‘소리타래(http://blog.sorifestival.com)‘를 통해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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