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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수 수필집 '나의 차마고도'] 중국 차밭서 우려낸 茶 역사·문화

직접 체험 통한 차의 사유 / 한·중 주요 차 산지 정보도

 

소설 <삼국지연의> 에서 조조가 적벽대전의 결전을 앞둔 순간, 주유의 부인 소교는 홀로 조조의 막사를 찾는다. 무릎을 꿇으며 조조의 철수를 간청하던 소교는 출전 전 차 한 모금을 권한다. 막사 밖에서는 출전의 명을 재촉하지만 소교는 차를 달이며 시간을 끈다. 찻잔에 넘치는 물에 조조의 야망을 비유한 소교는 “누군가 그 욕심을 비워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라며 찻잔을 비운다. 조조는 소교가 준 차로 인해 두퉁을 호소하고 결국 진격 명령은 늦춰진다. 이 시간 바람의 방향은 동풍으로 바뀌고 유비와 주유의 화공(火攻)은 조조의 군사를 강남에서 물리쳤다.

 

차(茶) 한 잔의 여유가 역사를 바꾸고, 이를 구하기 위해 일찍이 동서양을 잇는 길이 열렸다. 차마고도(茶馬古道)는 비단길보다 200여년 앞선 교역길로 차과 말을 매개로 중국 서남부에서 인도까지 인류가 교류하는 길이었다.

 

참살이에 대한 관심과 함께 차에 대한 ‘애정지수’가 오르기도 전 차에 흠뻑 빠져 차와 차문화의 전도사를 하고 있는 조윤수 수필가(70)가 차 에세이집 <나의 차마고도> (수필과비평사)를 냈다.

 

그는 달콤하면서도 쌉싸래한 커피가 아닌 소박하지만 은근한 (녹)차의 매력을 그의 체험과 함께 전한다. 차에 대한 상식과 역사뿐 아니라 역사적 인물과 얽힌 일화, 문학작품 등을 원전에 충실하게 소개한다. <논어> 와 중국 명나라 허차서의 <다소(茶疏)> 등 동양의 고전을 인용해 차의 가치를 돋보이게 하며, 중국과 우리나라의 주요 차 산지와 이에 대한 지식과 체험을 전달한다.

 

그는 중국 당(唐)나라의 문인 육우(陸羽)의 책인 <다경(茶經)> 을 알고 6개월간 중국 산지를 두루 살피며 차에 대한 앎을 체득했다.

 

그는 “중국의 역대 문인, 문장가, 예술가 등이 모두 차 전문가여서 차를 알고 마시다 보니 그들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지 않을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수 천년 동안 인류가 음미한 차의 기원은 인도 아샘 지방을 꼽지만 중국 운남성이야말로 3200년 된 차나무로 종주국의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운남성 푸얼은 차마고도의 출발지로 3200년 이상된 차나무 ‘향죽청고차수왕’를 소개했다. 둘레만 570㎝인 이 나무에 매년 사람들은 참배를 하며 영적인 존재로 기리고 있다. 운남성 린창시 영덕현에는 300만 년 전 차나무 화석이 발견돼 차나무의 원산지로 재조명됐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하동 정금리 도심마을에 있는 천년 차나무가 있다. 사찰이 있던 곳으로 스님들이 강론하던 장소란다. 중국의 왕 차나무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우리 전통차의 역사성을 상징하고 있다.

 

이 책의 부제는 ‘내 마음의 차 오심지다(吾心之茶)’. 오심지다는 조선 선비로 차교과서인 <다부(茶賦)> 를 지은 한재 이목(李穆, 1471~1498)의 글귀에서 따왔다. 이목은 ‘내 마음 속에 이미 차가 있거늘 어찌 다른 곳에서 또 이를 구하려 하겠는가(是亦吾心之茶又何必求乎彼耶)’라며 차와의 혼연일체를 나타냈다. 저자도 역시 이런 마음이다.

 

‘차림(茶林)에서 차(茶)님과 동침하다’는 에세이에서 저자는 차와의 혼연일체를 꿈꾼다.

 

‘차나무 새순이 치밀어 오르고 있을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서성거리기 마련이다. 신들린 사람처럼 차밭으로 달려가게 된다’며 ‘찻잎과 종일 서로 비벼대며 놀고 햇빛이 여러져서야 발길을 돌릴 수 있다’고 애정을 과시했다.

 

이어 ‘찻잎이 익어가는 향에 젖어서 힘든 줄도 모르고 자정이 다 되도록 서로 젖어들었다’며 ‘네댓 시간 단계마다 습이 빠지고 향이 모아져서 찻잎이 익어갔다’고 인내와 함께 만나는 차를 예찬한다.

 

‘차 향처럼 그렇게 맛있는 향을 지닌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그냥 차향이라도 몸에 배게 하고 싶다’는 소망을 전한다.

 

그는 차를 마시는 과정을 삶에 빗대며 커피보다 칼로리가 적고 카페인의 흡수가 낮은 점 등을 강조하며 우리 차 문화의 전통과 계승을 강조한다.

 

더불어 그는 공복에 차를 피하고, 60도 이상과 냉차의 음용은 좋지 않다는 실생활 속 조언으로 책을 마무리한다.

조윤수 작가는 진주에서 태어나 전주여고와 경희대, 부산동아대를 졸업했다.

 

이후 전주에서 다도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2003년 <수필괴 비평> 으로 등단해 저서로 <바람의 커튼> , <나도 샤갈처럼 미친 글을 쓰고 싶다> , <명창정궤를 위하여> 가 있다.

 

올해 제6회 목포문학상 수필 부문 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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