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덕
산수유나무 가지 끝에
콕콕 쪼아놓은 부리 자국이 나 있다
연이틀 내리던 비 그치자
졸졸졸 개울물 소리가 가려운지
버들개지도 귀이개를 부풀린다
촐랑대는 검둥개를 앞세워
어머니는 뒤꼍 무구덩이를 헤치고
겨우내 마른기침이 잦던 텃밭의 늙은 아버지
모처럼 환하다
자가웃 소낙눈에 발목 잡혔다는 대관령 너머로
고춧대 콩대 호박넝쿨 그러모아, 한나절
봉홧불을 피워 올린다
바람 편에 들은 아랫녘 꽃사태를 전한다
논두렁 검불 속에서 어머니
한 움큼 냉이를 캔다
△시가 봄을 초대한다. 아직 꽃사태를 전하는 봄바람은 아니어도 목을 감싸던 털목도리를 잊고 외출한다. 콕콕 쪼아놓은 부리 자국에서 연둣빛 생명이 바깥세상을 염탐하는 걸 보니 산수유나무가 일을 낼 것 같다. 늙은 아버지와 어머니도 봄꽃이다.
작품 감상=이소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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