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촌공사.
자타가 인정하는 농정 최일선 기관이다. 1908년 창립해 한 세기 넘는 시간 동안 국민의 먹을거리 생산기반을 확충하고 농어촌 생활환경 개선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 왔으니 이런 수식어가 붙는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공사는 농업생산성 증대 및 농어촌의 경제·사회적 발전 이바지를 목적으로 출범했다. 농어촌정비사업, 농업기반시설의 유지·관리 등 농어업 생산기반 현대화와 생산성 증대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다.
특히나 상습침수 농경지에 배수장, 배수로, 배수문 등 방재시설을 설치하여 집중호우 등에 따른 농경지 침수피해 예방은 공사의 핵심 임무다.
그런데 요즘 한국농어촌공사 익산지사의 근무 행태를 가만히 들여보고 있노라면 앞서 얘기 한 농정 최일선 기관이 맞는지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고객 중심의 영농서비스 제공을 통해 농어촌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힘쓰고 있다는 슬로건은 그저 거창한 구호에 그치고 있는것 같다.
최근 익산지사가 익산지역 농업인들로 하여금 원성의 대상이 되고 있다.
농사 편의를 내세워 추진한 용수로 정비사업이 오히려 논을 엉망으로 만들면서 분통을 사고 있고, 장마에 대비한 침수피해 예방 배수로 정비사업 촉구 민원에 대해서는 차일피일 시간을 미루는 등 전형적인 탁상행정에다 안일한 근무 행태까지 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익산지사는 최근 논과 논 사이에 물 공급을 위해 필요한 신흥동 왕지평야 일대 용수로 정비공사를 완공했다.
하지만 용수로가 논보다 약 30cm가량 높게 시공돼 물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그냥 지나가 버린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응급처치로 강제 물막이를 해놓았는데 이번엔 뒤쪽 용수로가 범람한다.
도대체 무슨 목적에서 이런 공사를 했는지 묻지 않을수 없다.
“설계대로 공사를 했지만 물이 논으로 유입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해 지금은 설계를 변경해 공사를 다시 하려고 한다”는 공사 관계자의 말에 이 질문이 던져진 이유가 충분히 설명 될 것이다.
본격적인 사업 착수에 앞서 현장의 주변을 좀 더 면밀히 살피고, 공사 현장에 수시로 나가 농민들의 지적에 조금이나마 귀를 기울였다면 이런 어처구니는 사전에 막을수 있었기에 하는 말이다. 또다른 사례까지 들춰보면 울화통이 더 터진다. 익산시 망성면 어량리 일대의 하우스 밀집 재배단지에 대한 장마대비 배수로 정비사업 촉구 민원이다.
지난해의 침수 피해로 전 재산을 날려버린 100여 농가는 올해의 사전 예방책으로 어른 키만큼 자란 배수로의 수초를 제거해 달라고 거의 매일 민원을 제기하다시피 하고 있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수초가 더 자라면 준설하겠다는 여유다.
지난해의 농작물 침수로 80억원이 넘는 피해를 입은 농민들이 올해의 침수피해 우려에서 하루 하루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마당에 익산지사의 느긋함은 감탄사를 절로 쏟아지게 한다. 이곳 농민들은 지난해의 침수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익산지사를 지목하고 있다. 하우스가 침수되기 한 달 전부터 배수로에 꽉 찬 수초를 제거해 물 빠짐이 원활하게 해달라고 수차례에 걸쳐 민원을 제기했지만 묵살당하면서 침수피해가 커졌다고 밝힌다. 당시 익산지사는 일주일 뒤, 또다시 일주일 뒤로 준설작업을 미뤘고, 결국 하우스 침수피해가 발생한 뒤에서야 준설작업을 벌였다는 설명이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것 같다.
한국농어촌공사 정승 사장은 홈페이지에서 ‘우리 농어촌의 희망찬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고객 중심의 영농서비스 제공을 통해 농어촌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부단히 힘쓰겠다는 다짐으로 해석된다. 정승 사장은 작금의 익산지사 근무행태에 대해 과연 뭐라고 답할지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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