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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전주 경기전의 달빛에 젖다

올해 첫 번째 '전주 문화재 야행' 안정적 출발 / 다채로운 행사, 무대·객석 하나된 판 큰 호응 / 관람 환경 개선…세부적인 운영 보완 지적도

▲ 전주문화재 야행이 열린 27일 관광객들이 불 밝힌 경기전을 거닐며 고요한 밤 풍경 속에서 빛나는 한옥의 고즈넉한 정취를 만끽하고 있다. ·박형민 기자

전주 문화재 야행 추진단(총감독 김경미)이 주관해 지난 27일 전주 한옥마을 일대에서 진행된 ‘전주 문화재 야행(夜行)’이 다채로운 즐길 거리와 안정적인 관람 환경으로 관람객들을 만족시켰다.

 

그러나 관람객이 북적거렸던 경기전과 태조로 일대와 달리 전주소리문화관, 오목대, 오목정 등은 한산한 모습을 보여 적극적인 관객 유치·안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앞으로 행사가 이어지는 만큼 세부적 완성도를 높여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평일 땅거미가 내릴 무렵이면 사람으로 발 디딜 틈 없는 한옥마을도 언제 그랬냐는 듯 고요함이 찾아온다. 오후 6시가 지나면 문화재 보호를 위해 경기전도 빗장을 닫는다.

 

하지만 지난 27일 밤은 달랐다. 은은한 조명이 경기전의 속살 곳곳을 비추고, 태조 이성계가 관람객을 맞았다. 경기전 마당에서는 선비들이 전통 차와 다기(茶器)를 늘어놓고 함께 나눌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경기전 안 어진박물관 앞에서는 하늘이 태조 이성계에게 보내준 왕의 증표 ‘천상열차분야지도’(국보 제228호·고구려 별자리 천문석각탁본)에 대한 이야기가 공개됐다. 하늘의 뜻이 담긴 ‘별자리’를 10여 대의 천체망원경으로 직접 감상했다.

 

오후 8시부터 경기전 앞에서는 개막식 겸 메인 무대가 열렸다. 방수미 명창의 노련한 사회 아래 다음관현악단, 국악단체 ‘아리랑친구들’, 전주 기접놀이보존회의 공연이 매끄럽게 진행됐다. 문화재와 어울리도록 무대를 만들지 않고 인조잔디를 깔아 무대·객석이 하나 된 ‘판’을 만들었다.

 

밤을 맞아 더욱 특별해진 한옥마을은 관람객이 넘쳐났다. 추진단에 따르면 4만 4483명이 다녀갔다. 한지등·소원의 등 만들기(유료)도 1300여 명이 체험하며 인기를 끌었다.

 

홍보·관람 환경은 지난해보다 개선됐다. 행사를 알리는 조형물·현수막 등을 설치했고, 태조로 구간엔 한지등을 매달아 동선을 유도했다. 어둠 속 감상을 위해 중요한 조명과 쉼터도 지난해보다 늘어났다.

 

지역 단체와의 연계도 원활한 진행에 한몫했다. 김경미 총감독은 “지난해보다 예산은 줄고 횟수는 늘었지만 (사)한국차문화협회 전북지부, (사)한국아마추어 천문학회 전북지부, 무형문화재 명인·명창 등이 적극적으로 협조해줘 프로그램을 구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옥마을 관람객 유입이 아니라 문화재를 선보이는 것에 방점을 두는 만큼 다양한 행사 공간에 관람객을 유입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지 설치물로 화려했던 경기전·태조로는 관람객으로 북적였던 반면 전주소리문화관, 오목정, 태조로 쉼터 등은 한산해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한옥마을 초입은 기존에도 유입 인구가 많았던 곳이고, 그동안 상대적으로 관람객의 발길이 적었던 곳들을 이번 행사를 통해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평가다.

 

행사가 연속적으로 진행되는 만큼 세부적인 운영도 보완해야 한다. 전주야행 안내소 소속 외 자원봉사자들은 프로그램·행사 장소 등을 숙지하고 있지 않아 관람객들의 문의에 미숙한 태도를 보였다. 국제 관광지가 된 한옥마을은 외국인 방문객도 많다. 그러나 외국어로 된 설명 등이 없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전주 문화재 야행은 다음달 24일을 비롯해 9월까지 매달 한 번씩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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