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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받는 국민이 되려면

초등학교 도덕시간에 배운 법과 질서 지키고 실천하며 신뢰받는 사회 만들어가야

▲ 김호열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스위스는 인구가 800만, 면적은 남한의 40%, 영호남을 합한 크기다.

 

그리고 국토의 75%가 산과 호수다. 경작지도 별로 없다. 스위스는 19세기 중엽까지만 해도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다. 남자들은 외국에 용병으로 나가 목숨을 담보로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했다. 바티칸 궁전과 교황을 지키는 사람들은 지금도 스위스 근위병이다.

 

이랬던 나라가 지금은 어떤가. 국민소득 9만 달러로 세계 제2위의 부자 나라, 부패가 없고 가장 살기 좋은 나라, 노벨상 수상자를 26명이나 배출한 나라, 정밀기계공업·식품·의약·화학·금융·관광산업 등이 세계 최고로 발달한 나라, 4개 국어를 공용어로 쓰면서도 국민 간의 갈등이 없는 나라, 연방정부 장관 7명이 1년씩 돌아가면서 대통령직을 수행해도 국정은 잘만 돌아가는 나라, 작년 매월 성인에게 300만원, 미성년자에게는 78만원씩 평생 지급하겠다는 국민투표안도 국민 76.9%가 반대한 나라…, 이것이 오늘의 스위스다.

 

스위스는 어떻게 이런 나라가 되었을까. 사람들은 여러 이유를 든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신뢰’가 오늘의 스위스를 만든 원동력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라틴어 ‘fides servanda, 신의는 지켜져야 한다’ 라는 원칙은 스위스인의 정신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다.

 

1527년 신성로마제국 군대가 교황청을 덮쳤을 때 각국 용병들은 모두 도망쳤다. 그러나 스위스 용병만은 189명 중 147명이 전사하면서까지 교황을 끝까지 지켰다. 바티칸 궁전과 교황을 지키는 근위병을 스위스인으로 고집하는 전통도 이때 확립된 스위스 국민에 대한 신뢰 때문이다.

 

세계의 부자들이 스위스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도 이자 때문이 아니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비밀을 지켜줄 것이라는 절대적인 신뢰 때문이다. 수많은 다국적 기업의 연구소, 각종 IT산업의 데이터 저장소, 세계 유명 보석 기업들의 비밀 창고도 스위스에 자리 잡고 있다. 신뢰를 고부가가치의 안전 산업으로까지 발전시키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떤가.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이 금년 8월 30일에 발표한 국민의 신뢰도는 충격적이다. 정치인 3.1%, 정부 17%, 교수 20.9%, TV 32.2%, 신문 25.4%로 나타났다.

 

왜 이렇게까지 불신이 만연했는가. 당파적 이해에 따라 밥 먹듯 말을 바꾸는 정치인들, 왜곡·과장·선동·편파 보도를 일삼는 무책임한 언론들, 전문적 지식도 없으면서 전문가 행세로 여론을 왜곡하고 책임지지도 못할 말을 함부로 하는 시민단체들, 말 따로 행동 따로인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위선적 행태들…, 이들이 한데 어울려 만든 사회가 한국의 총체적 불신 사회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럼 신뢰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나. 길은 있다. 우리가 초등학교 도덕시간에 배운 것들을 실천하기만 하면 된다. 그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 길밖에 없다. 거짓말을 하지 말자, 남의 의견을 존중하자, 남을 배려하고 양보하자, 법과 질서를 지키자…등등. 스위스 국민들은 이런 것들을 실천하고 우리는 실천하지 않는다.

 

그 차이가 스위스는 신뢰사회로 우리나라는 불신사회로 만들었다. “내 탓이요 내 탓이요 내 큰 탓이로소이다” 라고 가슴을 치면서 우리 모두 초등학교에서 배운 대로 실천하는 국민이 되자. 우리도 스위스와 같은 신뢰 사회를 만들어 다음 세대에 물려주어야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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