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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를 전주답게, 서울을 서울답게

정용준 교수의 '내가 만약 시장이라면'을 읽고

▲ 원도연 원광대 디지털콘텐츠학과 교수
2017년, 전주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지난 월요일자 정용준 교수의 칼럼을 읽고 맨 먼저 들었던 생각이었다. 그는 현대화된 도심환경에서 서울-부산을 편하게 오가고, 코스트코와 대형 아웃렛이 있어서 대전이나 여주까지 운전하면서 다녀야 하는 수고를 덜었으면, 그래서 가족들과 주말에 영화도 보고 쇼핑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이것을 ‘최소한의 시민적 권리’라고 했다.

 

정 교수의 주장은 경청할만한 대목이 분명 있다. 그러나 중요한 문제의식의 차이가 있다. 문제는 전주라는 도시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다. 정 교수의 글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서울 같은 전주에서 살고 싶다’는 것이다.

 

지난 30여년 간 지방자치의 시대를 겪으면서 우리가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던 주장은 지역의 특화발전이었다. 모든 도시들이 서울과 같은 메가시티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모든 도시가 각기 자신들만의 특성과 강점을 살려 개성이 넘치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서울은 서울답게, 전주는 전주답게 각기 자기 길을 갈 때 비로소 지역발전은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주장을 반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실제 이 주장대로 도시를 만들려고 도전한 사람들은 결코 많지 않았다. 정 교수의 말대로 정치인들은 늘 표를 생각했다. 그런데 그 표가 있는 곳은 중소기업이나 가난한 서민들이 아니었다. 목소리가 크고 누군가를 대표하며 언론과 가까운 사람들, 지식과 명예를 갖고 있으며 영향력을 갖고 누군가를 가르치는 사람들에게 표가 있었다. 정치인들은 그들을 찾아갔고, 늘 그들이 원하는 것들을 해왔다. 도시를 개발하여 아파트를 짓고 대기업을 유치해서 지역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현실의 주장이 늘 이상을 꺾었다.

 

나는 김승수 시장과 가까운 사이지만 그의 모든 것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종합경기장은 적당히 타협하기를 바랬고, 첫 마중길 사업은 무모하다고 보았다. 나름 정책가로 활동했던 나로서는 그의 정책 방향은 궁극적으로 옳으나 시기상조이며 너무 낭만적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완성된 첫 마중길을 보면서, 종합경기장의 시민공원화에 대한 반응을 보면서 내가 틀렸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류의 정책결정은 몇 십년이 가도 늘 시기상조일 수 밖에 없으며, 누군가가 저질러서 눈으로 확인 시켜야만 가치가 드러난다. 전주 한옥마을도 그랬다.

 

다음으로 짚어보고 싶은 것은 그렇다면 정 교수가 살고 싶어하는 전주는 ‘누구를 위한 도시인가’하는 점이다. 5년전 전주-완주 통합이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그렇게 만들어진 메가시티가 누구를 위한 것인가에 대한 대답이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시의 통합은 절대선이 아니다. 좋은 정책이란 그 도시에 살아야 하는 사람들의 삶의 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대형마트를 방어하는 것은 지역의 영세상인을 보호한다는 현실적인 목표도 있지만, 전통시장과 골목경제를 살리겠다는 정책의지의 상징판이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대형마트와 프랜차이즈 편의점들을 제한하는 것은 대다수 전주시민들의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시민적 권리’ 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할 수는 없다. 물론 첫 마중길의 교통대책은 좀 더 꼼꼼해야 하고, 일자리 정책은 좀 더 많아야 한다. 그러나 이런 질문에 우리는 같이 대답해야 한다. 왜냐면 전주시장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과제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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