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4-12-12 10:36 (목)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타향에서
일반기사

집단지성과 대중

개미 한 마리는 약하지만 수많은 개미들이 모여서 사람 키만한 집을 만든다

▲ 김광휘 행안부 평창동계올림픽지원단 부단장

문제를 내면 소수의 전문가와 대중 중에 누가 정답을 맞힐 것인가. 일반적으로 전문가이다. 맨켄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대중의 상식은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까지 했다.

그런데 대중이 더 정확하다는 견해가 있다. 1907년에 플리머스에서 생긴 일이다. 가축품평회장 한켠에서 소가 도축되었다. 800명에게 소의 무게를 물어보았다. 이들 중 판독 가능한 787명이 써낸 소 무게의 평균값은 1197파운드였다. 소의 실제 무게는 1198파운드였다. 대중이 예측한 값이 실제 무게와 거의 정확하게 일치했던 것이다. 통계학자 달튼의 목격담이다.

서로우키는 이를 인용하여 전문가보다는 대중이 보다 더 정확한 문제 해결책을 제시한다고 주장했다. 소위 대중(大衆·crowd)의 지혜이다. 여기서 대중은 공중이 아니다. 우연히 한 자리에 모인 군중도 아니다. 어떤 분야에 의사를 가지고 참여하는 사람들이다.

대중의 해결책이 전문가의 의견보다 우수하기 위해서는 대중들의 출신과 배경이 다양해야 한다. 의사를 결정할 때 독립성도 있어야 한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아야 한다. 소수 전문가 집단이 종종 심각한 의사결정 상 실패를 하는 것은 다양성과 독립성의 부족 때문이다. 집단 내 리더나 유력자의 의사를 추종할 경우 집단의 전문성은 ‘훈련된 무능력’이 된다. 최고의 두뇌들만 모였다는 나사에서 발사한 우주선 컬럼비아호가 폭발해버린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대중의 지혜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경쟁하거나 협력하는 동안 집단지성이 된다. 개미를 보자. 하나의 개미는 연약하지만 수많은 개미들이 모여서 사람 키만 한 개미집을 만들어낸다. 질서 있게 협동하는 개미의 군집행동이 바로 집단지성인 것이다.

집단지성을 활용하여 만들어내는 놀라운 변화가 전 세계적으로 진행 중이다. 크라우드소싱은 개인의 힘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직면했을 때 인터넷 상에 해결방안을 구하는 것이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해당문제에 의견을 주면 이런 의견들이 모여서 최적의 해법을 만들어준다. ‘네선생’이라 불리는 네이버지식iN이나 위키피디아가 대표적이다.

멋진 사업계획이 있는데 재원이 부족할 경우 크라우드펀딩을 이용한다. 인류의 불치병을 치료하기 위해 우주의 광물이 필요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하자. 이를 구현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성공시 효과가 큰 사업 구상이나 돈이 모자란다. 이때 인터넷상을 통해 단기간 내에 원하는 투자금액을 모으는 방식이다. 우주광물 채굴계획을 세웠던 피터 디아만디스의 사례가 있다.

이와 같은 변화의 기저에는 우리 시대를 관통하는 몇 가지 철학적 관점이 있다. 정보와 데이터는 공개되어야 한다. 그리고 서로 같이 협력해 나가야 한다. 자원은 공유하고 행동은 전 지구적으로 과감하게 해야 한다.

집단지성을 행정에도 적용해 볼만 하다. 예산은 공공만 부담하는 것이 아니다. 관심 있는 대중이 돈을 댈 것이다. 문제해결도 주민들이 더 잘 할 수 있다.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커뮤니티를 만들어주거나, 우수한 아이디어는 있는데 실현시키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책경연대회 등의 기반과 통로를 만들어주는 것이 행정이 해야 할 일이다. 80년대까지가 조장행정이었고, 90년대 이후 협력행정이 주류를 이루었다면 이제는 바야흐로 행정에서도 집단지성과 다양성을 갖춘 대중이 문제해결의 주체가 되는 시대가 되고 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