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4-12-12 11:28 (Thu)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타향에서
일반기사

지방자치의 새봄이 피어나려면

학연·혈연·지연 떠나 후보자 꼼꼼히 살펴야 새날을 약속할 수있어

▲ 최강욱 변호사·법무법인 청맥

새봄이다. 1년 전엔 대통령의 탄핵과 더불어 새시대를 알리는 봄이 오더니, 올해엔 한반도 평화의 서막을 여는 봄이 왔다. 아울러 들불처럼 번지는 ‘me too’운동을 보면, 알량한 권력에 기대어 약자 위에 군림하고 사욕을 채우던 시대가 여러모로 저물고 있다는 것도 확실하다.

자유와 보수를 개칠하여 정권을 잡았던 자들이 벌였던 각종 범죄와 추문들이 내부자들의 자백을 통해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는 점도 새봄이 우리에게 주는 국운융성의 희망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다행이다, 참 다행이다.

좀 있으면 지방선거다. 후보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지역의 발전을 말하고, 주민들의 머슴이 되는 삶을 말한다. 출판기념회를 열고 명함을 돌린다. 절대 자신의 영달이 아니라 주민들을 위해 희생하려 출마한 것이라며 고개를 숙인다.

호남을 일컬어 민주화의 성지라 한다. 대한민국 진보와 개혁의 교두보라고도 한다. 가슴 뿌듯한 칭찬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마음 한구석이 찜찜한 것도 사실이다. 과연 우리는, 우리 고향은 지방자치와 지역정치를 통해 남들이 부러워할 성과로 어떤 것들을 내놓을 수 있을까.

어느 나라나 지역당이라는 게 있다. 그 지역민의 정서를 이해하고 가장 앞장서 대변하는 이들이 정당을 구성하고 의회에 진출하여 지역민의 뜻과 가치를 대변하는 모습이 무조건 퇴행적이라 할 수는 없다.

특히 우리의 경우엔 독재를 떠받친 쪽과 핍박을 받은 쪽의 지역당을 동일 선상에서 평할 수도 없다.

중앙정치 무대에서 전북과 전북 출신이 지향했던 가치가 민주적이고 개혁적인 면에 가까웠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늘이 있는 법. 그 와중에도 과연 저러한 모습의 정치가 올바른 것인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장면도 많았고, 각종 추문을 통해 지역민의 가슴에 상처를 남긴 정치인도 많았다.

지역정치는 어떤가. 진정 지방자치의 가치를 구현하며 시민의 공복으로 충실한 임무수행에 매진하는 이들만을 선출하였던가. 누가 뭐래도 전라북도의 지방자치는 매우 건강하고 건전한 것으로 모범이 된다며 자랑할 수 있는가?

교육감 선거에 나선 후보자 여럿이 일제히 수사 대상이 된 적이 있고, 군수들이 연달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형사처벌을 받은 곳들이 있다. 후보자간 매수행위는 물론 후보자와 선거운동원들이 무더기로 기소되는 경우가 있었다.

하물며 한 때의 유력 후보자는 수사가 시작되자 잠적하여 아직도 행방이 묘연하다.

지방행정과 자치의회가 이룬 성과는 무엇이 있을까. 다들 열심히 노력했다지만 생각처럼 모든 것을 이루지는 못했다.

인사는 어떻고 조직문화는 어떤가. 전국적으로 귀감이 될만한 인사운영 사례나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질화한 정책으론 무엇이 있었을까. 아니. 선량들의 면면을 볼 때 중앙정치 무대에 내세워도 손색이 없는 인재들은 얼마나 활동하고 있는가.

꼼꼼히 살필 일이다. 고향이 같은지, 학교가 같은지. 성씨가 같은지, 아니 내게 뭘 갖다 준 게 있는지만을 두고 후보자를 판단해선 안 될 일이다.

잘 알지 못하니 그저 정당을 믿자는 것도 정답이 될 수 없다.

당내 경선에만 집중하여 승리하고 자동으로 당선되는 후보가 과연 당 지도부와 주민 가운데 누구를 더 의식할까. 제도를 탓할 수만은 없다.

주권자들의 참여와 의식수준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투표로 당선된 이명박과 박근혜가 저지른 일을 보고도 우리 스스로 깨우치는 게 없다면, 새봄은 더 이상 새날을 약속할 수 없을테니.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