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제 테마공원에 ‘랜드마크’ 될 조형물
주변 상권 활성화로 균형발전 기여할 것
‘2018 시민기자가 뛴다- 문화&공감’은 전북지역 문화·예술계 전문가들이 지역 문화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담론을 만들어내는 공간입니다. 올해는 김형미 시인(전북작가회의 사무처장)과 송은정 완주문화재단 사무국장, 장재영 세계여행가(순창 문화카페‘방랑싸롱’대표), 한유경 연극연출가가 참여해 도내 곳곳에서 일어나는 특색있는 문화·예술 활동과 단체, 공간 등을 조명합니다. ‘문화&공감’은 오는 10월까지 매주 목요일자에 게재됩니다.
‘사람’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복숭아꽃이 피고, 꾀꼬리가 울며, 제비가 날아온다는 춘분절. 정원문화도시를 꿈꾸는 부안에는 알 밴 주꾸미가 올라오고, 지장암 월인지에 개구리가 알을 슬며, 솔섬 머리 위에 뜬 달 색이 붉어지기 시작한다. 이러한 절기에 어느 손이 와 계시다는 전언을 듣고 동진강 다리 건너 부안으로 든다.
부안 IC에서 내려서는 길목 입구, 씨앗을 심고 있는 ‘첫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퇴적된 흙과 시간의 흔적을 나타내기라도 하듯 진갈색의 그을린 피부색을 띤, 부안에서 만난 ‘첫사람’. 600년 동안 농지였던 이 땅의 주인공인 농부의 모습이라고 한다. 현 전남조각가협회 김숙빈 이사와 전남대학교 윤종호 강사, 신광훈 조형물 제작자에 의해 탄생한 사람. 사람이 올 때는 그냥 오는 것이 아니다. 구름이 비를 몰아오듯 시절은 계절을 불러오고, 사람은 때를 몰고 온다.
부안군은 군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도시재생사업에 올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 뜻을 확고히 하겠다는 의미로, 식물의 뿌리를 보호하고 생명의 토대가 되는 토양의 상징인 진갈색 사람을 앞세운 것이다. ‘오복을 누리고, 오감을 느끼는 축복의 땅’ 부안에, 도시재생과 더불어 ‘문화·예술’이라는 때를 입고 나타난 사람. 내가 바라는 손님인가. 고마제 농촌테마공원 조성지역에서 제일 먼저 반겨준 이인 것만큼은 확실하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노후화된 기존 시가지의 인프라를 재정비하자는 것이 도시재생이다. 공간적, 환경적으로 쇠퇴한 지역을 물리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다. 고마지구 농촌테마공원은 변산반도와 새만금 등 해안 관광명소로 치중한 관광객을 침체된 부안읍내권역으로 유입하기 위한 방안이다. 또한 부안군에 부족한 지역 주민 휴양시설을 제공하려는 의도이기도 하다.
부안군은 이런 도시재생 사업의 차별화를 문화와 예술에 접목을 두고자 한 것이다. 예술은 시간이 갈수록 그 가치는 물론 평가가 돋보인다. ‘아름다움’에 관한 미적 감성과 사상이 영혼의 완성도를 높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막심 고리끼는, “인간은 그 본성에서부터 예술가이다. 그는 어디서든 어떤 모습으로든 자신의 생활에 미를 도입하려고 한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고마제 농촌테마공원의 가장 큰 특징은, 부안의 랜드마크가 될 다양한 예술조형물에 있다. ‘첫사람’을 비롯해 앞으로도 물고기솟대, 못줄다리 등 부안만의 색채를 지닌 조형물들이 더 들어설 예정이다. 생태체험장과 제작쉼터, 볍씨전망대, 뽕체험장, 제방길, 솟대다리와 못줄다리에 이어 방죽쉼터, 취수탑 전망대, 고마광장 등 다양한 시설로 조성될 고마제 농촌테마공원.
고마제는 한국농어촌공사에서 관리하는 농업용수 저수지이다. 인근에 축사와 돈사 및 레미콘공장이 자리하고 있어 수질이 5급수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조형물 예산만 3억 원 이상이 소요되어 ‘첫사람’이 최초의 인류인 아담을 지칭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따른다. ‘마지막 아담’인 예수 그리스도와 대비되어 죄로 인해 죽을 운명에 놓인 존재가 ‘첫사람 아담’ 아니었던가.
그러나 계절의 변화라거나, 한 나라의 흥망성쇠, 만물이 나고 죽는 것 등에는 모두 일정한 법칙이 있다. 그리고 그 법칙 속을 들여다보면 어느 것 하나도 간과할 수 없는 깊은 의미가 따른다. 하물며 사람이 나는 것이야 말해 무엇 하겠는가. 자연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부안에 오면 오복을 가득 받을 수 있는 부래만복(扶來萬福)의 고장이 될 수 있기를 지역민들은 희망한다. 부안의 ‘첫사람’이 진실로 부안 사람 사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친근감 있고, 다정하며, 부안의 문화예술을 한 단계 높여놓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바람소리가 짓드는 춘분절 부안. 가만히 ‘첫사람’을 보고 있다. 때를 몰고 온 저 사람은, 분명 부안 정원문화도시로의 계획을 앞당길 수 있는 변화의 조짐이리라. 씨앗 심은 자리에 어떤 싹이 나올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부안지역의 관광활성화는 물론, 지역주민들의 소득증대 기여에 큰 힘이 실리리라고 확신해본다. 도심과 연접한 쾌적한 생활환경의 개선과 편익시설의 확대로 주변지역 중심상권 활성화를 가져옴으로써, 지역 간 균형 발전에도 기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것이 문화예술을 활용한 데 대한 진정한 가치이고, 도시재생의 본의 아니겠는가.
내가 바라는 손님일지 아닐지 모두가 지켜볼 일이다. <김형미 시인·전북작가회의 사무처장>김형미>
● 조형물 ‘첫사람’ 제작한 윤종호 전남대 강사
- "600년 지켜온 부안사람 정신 대변해줬으면"
“이 조형물을 통해 오늘날 부안을 지켜온 부안 사람들이 자부심과 행복감을 느꼈으면 좋겠다. 안토니 곰리의 말을 빌려 이야기 하자면, ‘오늘날 미술은 머리로 구사하는 수사학이 지극히 발달했지만, 몸과 몸의 인간적 관계는 사라지고 있다. 새로운 미술에서 요구되는 것은 친밀성의 소통이다.’
부안 ‘첫사람’도 그러한 작품이 되길 원하는 마음으로 제작했다. 부안군의 관문과도 같은 위치에 세워진 이 조형물이, 수만 번의 계절을 지나 6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성실하게 부안을 지켜온 부안사람의 정신을 대변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배금주의 안토니 곰리의 말처럼 당신과 내가 연결되는 친절한 조형 언어, 부안의 인격과 얼굴을 갖춘 친밀한 조형 언어가 되어 부안사람과 부안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관광자원이 되어주길 바란다.”
● 도시재생 추진하는 임택명 부안군 건설교통과장
- "살고 싶은 공간 만들기 다 같이 참여하길"
“ ‘첫사람’은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다. 부안에서 새로이 맞아들이는 문화예술이며, 반가운 소식이다. ‘첫사람’이 세워져 있는 곳은 고마저수지 입구이다. 과거 빈농이었으나 부농으로 획기적인 전환점이 되어준, 동진벼의 원산지인 동진면 일대에 농업용수를 공급해주고 있는 고마저수지를 테마로 ‘첫사람’이 서 있는 것이다. 이 땅의 주인공이었던 태초의 농부가 씨앗을 심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세월이 흘러서도 신성한 노동의 가치를 지니고, 부안의 역사이며 부안사람들의 사는 이야기로 저렇게 서 있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바람이 구석구석 미로(美路)가 되어 더욱 아름다운 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보다 나은 환경으로 고마제 농촌테마공원을 정비하는 데 온 힘을 다하고자 한다. 인구 감소에 고령화로 시달림이 있기는 하지만, 지역주민들이 정말 ‘살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어가는 데 다 같이 참여하여 갈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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