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새만금의 모습이 날개를 활짝 펴고 하늘을 나는 새를 닮았다고 한다. 전북의 비상을 바라는 지역민의 염원이 담겨 있는 듯하다.
어찌 보면 새만금의 외관은 투구게와도 흡사하다. 2억 년 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해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리는 투구게는 영화 에일리언의 외계 생명체를 닮은 특이한 외형으로 각인되어 있지만 이들은 의료용 시약을 만드는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라고 한다. 투구게의 혈액 속 헤모시아닌이라는 성분이 의약품의 세균감염 여부를 판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처럼 인류에게 고마운 존재인 투구게는 부화한 이후 탈피과정을 겪는 다른 동물과 달리 알에서 부화할 때까지 4번의 탈피과정을 겪는다. 산란 후 4번의 큰 변화를 거친 후에야 비로소 세상에 나오게 되는 것이다. 우연인지 몰라도 새만금도 지금까지 4번의 큰 변화를 겪었다.
첫 번째 변화는 애초 개발 목적이었던 농지조성의 근간은 유지하되 전체용지의 30%를 도시용지로 변경한 것이다. 두 번째는 개발 목적을 명품 복합도시 조성으로 바꾸고 도시용지를 70% 수준으로 대폭 확대해 부처별로 용지를 개발하도록 한 것이다. 세 번째 변화는 각 부처별 사업 추진체계의 중심축으로 새만금개발청을 설립하는 새만금특별법의 제정이었다.
그러나 3번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새만금 사업에는 몇 가지 근본적 한계가 있었다. 먼저 민간주도의 용지개발을 계획했으나 매립사업의 특성상 비용이 많이 들고 자금 회수기간이 장기화될 수밖에 없어 민간참여에 구조적인 어려움이 있었다.
또한 매립사업을 허용하는 매립면허권이 여전히 농식품부에 있어 실제개발을 추진하는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원인이 되었으며, 여기에 막대한 개발자금을 조달할 구체적 재원 계획이 부족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속도감 있는 사업 추진을 위해 ‘공공의 역할 강화’로 개발 방향을 설정하고, 치열한 논의를 거쳐 전담기관인 ‘새만금개발공사’ 설립을 최적의 대안으로 결정했다. 국회에서도 심도 있는 논의 끝에 지난 2월 공사 설립을 위한 새만금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되어 3월 20일 공포되었다.
올 하반기에 새만금개발공사가 설립되면 정부 현금출자와 매립면허권 현물출자를 종잣돈으로 활용해 그간 지지부진했던 매립사업을 직접 추진하게 된다. 공사는 기업이 입주할 토지를 만들고 동시에 기업의 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도로·상하수도 등의 인프라를 제공한다.
또한 민간과 공동으로 신재생에너지·스마트팜·복합리조트 등 지역 여건에 부합하는 부대사업을 추진해 상당 규모의 신규투자를 이끌어 낼 예정이다. 토지매각 대금과 부대사업 수익을 다시 매립재원으로 활용함으로써 사업의 선순환 구조가 마련된다.
이러한 성과들이 가시화되면 무엇보다 전북지역 경제에 큰 활력을 줄 것이다. 부대사업의 경우 수익을 지역과 공유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발굴하고, 공사 신규직원 채용에 지역 인재를 선발해 양질의 신규일자리를 창출해 나간다면 GM공장 폐쇄 통보와 현대중공업 철수로 실의에 빠진 지역의 고용시장에 단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4번의 탈피를 통해 알에서 부화한 투구게처럼 새만금도 4번의 큰 변화를 통해 마침내 대도약의 기회를 맞았다. 수억 년의 시간을 지나 인류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투구게처럼 새만금도 힘들었던 과거를 뒤로하고 대한민국의 보배로 영속적으로 발전해 나가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