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는 대한민국 영화의 역사를 써온 도시다. 한국 최초의 컬러영화 ‘선화공주’를 비롯해 시대의 획을 긋는 중요한 영화들이 전주에서 제작됐다. 이강천, 탁광, 최성관 같은 유명 영화인들이 전주를 기반으로 활동했다.
2000년부터 시작된 전주국제영화제는 이러한 전통에 힘입어 탄생했다. ‘대안, 디지털, 독립’을 키워드로 시작했던 비주류 영화제가 어느덧 세계적인 영화제로 자리매김했다. 우리 전주시는 영화적 강점을 경제적, 산업적 성과로 연결하기 위해 ‘글로벌 영화영상산업의 수도’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세웠다.
전주 영화영상산업 발전 전략의 핵심은 ‘공간’에 있다. 전주 곳곳의 영화영상산업 거점을 연결해 촬영부터 상영, 후반 제작까지 아우르는 ‘펜타곤 벨트’를 조성한다. 이 벨트는 상림동 탄소중립 영화영상 촬영단지, 북부권 쿠뮤필름 아시아 제2스튜디오, 전주역 일원 미래 영상기술 융복합 거점 등으로 구성된다. 2034년까지 총 5750억 원을 투자해 관련 기업 200개 유치, 직접 일자리 1천 개와 간접일자리 6천 개 창출, 연매출 2천억 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탄소중립 영화영상 촬영단지는 전주의 지속가능성을 보여주는 의미있는 프로젝트다. 세계적으로 급증하는 환경 규제 트렌드에 부응할 수 있는 제작 인프라를 갖춘다. 총 1330억 원을 들여 글로벌 OTT 촬영이 가능한 원스톱 제작 환경을 마련하고, 실증지원센터를 조성해 신기술 연구와 실용화도 지원할 계획이다.
동시에 뉴질랜드의 세계적 영화 촬영소인 쿠뮤필름의 아시아 제2스튜디오 유치를 추진 중이다. 전주시 북부권에 블록버스터 영화 촬영이 가능한 대형 스튜디오를 건설해 해외 영화제작을 적극 유치하고, 국제적 영화 촬영 허브로 발돋움할 것이다.
또한, 한옥, 한식, 공예 등 지역의 전통적 요소를 영화와 결합한 ‘킬러 콘텐츠’를 개발한다. 한옥마을, 전동성당 등 주요 촬영지를 디지털 배경으로 활용하는 ‘어셋 라이브러리’를 구축해 지역 로케이션과의 연계성을 강화한다. 또한 한국형 효과음원 사운드댐을 2026년까지 완성해 효과 음향의 국산화를 이뤄낼 것이다.
스물다섯 해 동안 이어온 전주의 대표 브랜드 전주국제영화제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영화제로 가기 위한 발걸음을 내디딘다. 출품작 3000편, 상영작 300편, 관람객 20만 명을 목표로 규모를 확대하고, 세계 주요 영화제와의 네트워크를 강화해 위상을 높일 것이다. 또 영화의 거리에는 K-콘텐츠 복합문화단지를 유치해 영화체험시설과 캐릭터 퍼레이드 등 다양한 이벤트를 제공한다.
아울러 2026년 완공 예정인 전주 독립영화의 집을 중심으로 영화제작부터 상영까지 지원하는 원스톱 시스템을 구축한다. 독립영화의 제작 환경이 한층 개선되고 전주 영화산업 생태계가 굳건해질 것이다.
미국 조지아주는 2008년 영화·TV 제작 인센티브 도입 이후 ‘남부의 할리우드’로 급부상했다. 마블 스튜디오 같은 대형 제작사가 애틀랜타를 중심으로 작업하면서 지역 경제를 크게 활성화시켰다. 전주가 가고자 하는 길이다.
지난 100년 대한민국 영화의 역사를 써온 전주가 미래 100년을 준비하고 있다. 단순한 촬영 도시를 뛰어넘어 기획·제작·배급까지 가능한 종합적인 영화영상산업 도시로 도약한다. 탄탄한 영화적 유산과 첨단기술, 지역적 강점을 결합한 전주의 비전을 ‘영화가 아닌 현실’로 보여줄 것이다. 제2의 ‘오징어게임’과 ‘기생충’을 탄생시키는 무대로 전 세계를 매혹할 것이다. 전주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다.
/노은영 전주시 문화체육관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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