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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감 2018 시민기자가 뛴다] 남원 '청년문화협동조합 놀자' - 남원 사는 청년들 "우린 문화로 놀아요"

알음알음 모여 친목 다지다 남원 구도심 이야기에 관심
잊혀져가는 것들 기록해 와
옛 남원역 옆 역무원 합숙소 철거소식에 전시·공연 기획
주민들과 ‘공간의 기억’ 공유

▲ ‘청년예술협동조합 놀자’가 기획한 ‘남원철도999’ 공연 모습.

바야흐로 청년공화국 시대이다. (많은 기관에서 청년의 나이를 만 39세 미만으로 정하고 있다) 중앙정부의 기조(基調)에 따라 모든 지자체에서는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어떠한 유무형의 지원이라도 아끼지 않을 태세이다. 선거를 앞두고는 대부분의 후보자들이 갖가지 청년 정책을 내놓으며 청년 표심을 잡기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필자는 청년의 나이가 지난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사실 서울이라는 거대한 인구 집합소에서 거주할 때에는 스스로가 청년이라는 인식이 없었다. 죽마고우들이 같이 나이를 먹고, 또래 집단들의 모임이 무수히 많다보니 딱히 청년 문제나 일자리 등에 큰 관심이 없었던 듯하다. 하지만 인구 3만의 소읍인 순창에 정착해 살아가다 보니 주변에 이야기를 나눌만한 또래들이 드물다. 재미난 일을 기획하려 해도 도와줄 친구가 전무하다시피 하고 농사나 공무원 이외에는 비슷한 일을 하는 친구를 찾기 힘들 정도로 직업의 다양성이 빈약하다.

2016년에 순창에 정착해 지역으로의 공정여행과 청년 모임을 만들어 가고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여러가지 어려움이 많아 문득 비슷한 여건의 다른 지역 청년들의 삶과 네트워크가 궁금해졌다. 남원에서 재미난 일을 기획하는 ‘청년문화협동조합 놀자 ’를 만났다.

“과연 남원에도 청년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어요. 만약에 있다면 그 친구들은 무엇을 하며 지내고 노는지 궁금해서 2016년 5월부터 네트워킹을 위한 정기적인 모임을 만들었어요.”

남원 청년문화협동조합의 대표인 서진희씨는 청년을 모으는 것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알음알음 몇몇의 청년들은 그렇게 모여 네트워킹을 만들어 갔다.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혼밥파티도 하고 혼술파티도 하면서 친목을 다지던 그들은 남원 구도심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구도심을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기록하고 공유하면서 콘텐츠를 만들어 가던 그들은 남원문화도시 문화예술전문인력 양성프로그램 ‘꾼’ 사업에 '구도심 시간을 걷다'로 참여했다. 남원시민 누구에게나 열려있던 영상박물관 ‘남원 구도심 시간을 걷다’ 프로그램은 2017년 4월 24일부터 3개월간 14회차의 교육으로 남원 잊혀져 가는 것들을 아카이빙하며 구도심으로의 소풍을 유도했다.

청년들은 “많은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조직적인 운영체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남원 청년문화협동조합 놀자는 <건축공간연구소 랄라> 의 서진희씨가 대표로 조직을 이끌고 <롤링필름> 의 영화감독 함경록씨, 디자인을 담당하는 <추냔이네> 의 김민화씨, 여행과 사진은 <슈백의 사진일기> 의 김다운씨가 이사를 맡는다. 또한 <밀알농장> 의 이강영씨가 조합원으로 참여하며 협동조합의 면모를 갖췄다.

2018년 2월 설립된 남원 ‘청년문화협동조합 놀자’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지역청년들을 연결하고 세대 간의 교류를 통해 청년을 이해하도록 하며 지역에 청년이 정착할 수 있도록 일하고 즐기고 놀 수 있는 청년문화 창출을 목적으로 한다.

▲ 지난 3월 30일 열린 남원철도합숙소 철거전 ‘남원철도999’ 포스터.
▲ 지난 3월 30일 열린 남원철도합숙소 철거전 ‘남원철도999’ 포스터.

조합이 만들어지고 처음 진행했던 프로젝트는 ‘남원철도 999’이다. 구 남원역 옆에 90여 년간 자리를 지켜왔던 역무원 합숙소가 철거 된다는 소식에 건물 철거 전, 마지막을 기억하고 새로운 기억으로 기록하는 ‘철거 전(展)’ 을 기획했다.

▲ 지난 3월 7일 첫 모임을 가진 남원 청년들.
▲ 지난 3월 7일 첫 모임을 가진 남원 청년들.

서진희 씨는 “일제강점기부터 한 자리에 서있던 합숙소 철거가 안타까웠는데 정작 남원시민들은 건물의 존재조차 알지 못하고 남원시도 관심을 보이지 않던 것에 화가 났다”고 말했다. 단 하루만이라도 남원시민들과 이 공간의 기억을 공유하고 싶어 지역의 예술가들을 모았다. 11명의 참여 작가들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만들고 그리고 찍고 표현하며 합숙소의 구석구석을 미술관으로 만들었다. 지난 3월 30일 금요일 하루만 열기로 했던 본 행사는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고 연장 요청까지 이어져 일요일이 돼서야 끝이 났다. 건물을 매입했던 건물주도 덕분에 전시를 관람 후 철거를 결정하지 못하고 고민 중이라 한다. 존폐여부를 지켜 볼 따름이다.

‘철거전’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놀자’에서는 남원시 청년문화기획자 아카데미 사업을 진행한다. 대부분의 청년지원 정책은 대상화된 청년을 위한 프로그램이 많아 다양한 개성을 가진 청년들의 이야기에 부합되지 않는 측면이 많고 외부 전문 강사들의 주입적인 교육 보다는 지역의 문제는 스스로 찾아 해결하는 남원만의 청년 문화를 만들어 가자는 게 핵심이다.

▲ 장재영 세계여행가·순창 방랑싸롱 대표
▲ 장재영 세계여행가·순창 방랑싸롱 대표

올해 말까지 진행되는 본 아카데미는 협업 활동을 함께 할 다양한 청년 자원을 모집하고 인터뷰하는 ‘찾아보고서’, 목적을 공유하고 협업 팀도 구축하며 팀별 맞춤 교육이 진행되는 ‘만나보고서’, 최종적인 팀별 결과물과 시제품 시연이 목적인 ‘만들어보고서’로 나누어져 있다.

활력 넘치게 남원에서 청년 문화를 만들어 가는 서진희 씨는 인터뷰를 하는 내내 바빴다. 대화를 나누던 춘향골시장 내의 2층 사무실은 남원 신협에서 진행했던 공유오피스에 자문을 해주다가 덜컥 운영을 맡아 버렸단다. 청년들을 끌어 들이고 진짜 공유가 이루어지려면 카페와 복합 문화 공간의 필요성을 느껴 공사가 한창인 그곳은 5월에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청년들의 날개를 활짝 펴게 될 다양한 남원 청춘 브랜드들이 기대된다. /장재영 세계여행가·순창 방랑싸롱 대표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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