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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책방 분투기

김신철 독립서점 북스포즈 공동대표
김신철 독립서점 북스포즈 공동대표

“책방을 하는 사람이 왜 책방을 잘 몰라?”

지인의 물음에 할 말이 없어졌다. 매일 같이 책 속에 파묻혀 살기 때문에 주말은 조금 벗어나고 싶었던 이유도 있고, 가장 가까운 곳에서 책을 파는데 왜 멀리까지 가서 사야 하는지 몰랐다고 말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변명 같았다. 그렇게 4개월 동안 책방 직원이 직업이요, 책방 손님이 취미인 생활이 반복되었다. 요리로 치자면 셰프가 치킨을 시켜먹는 것과 같다랄까? 물론 신분은 속이고 책방들을 구경했다.

북스포즈를 열 때만 해도 전주에 동네책방이라는 곳이 많이 없었다. 가장 많이 받은 문의가 “서점인데 참고서는 왜 안 팔아요?”라는?질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동네마다 제법 멋진 동네책방이 생겨났고 동네책방이라는 문화공간이 사람들에게도 익숙해졌다. 이런 소규모 책방들이 동네에 자리를 잡을수록 전주라는 도시의 품격이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매체에서는 ‘동네책방의 새로운 시도’, ‘재기 발랄한 실험정신’ 등 타이틀을 붙여주고 있다. 책방 손님의 입장에서는 가슴 벅찬 일이다. 하지만 동시에 책방 직원의 입장에서는 마음이 아픈 일이기도 하다. 동네책방들이 생존을 위해 정말 갖은 노력과 시간을 쥐어짜고 있다는 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아시다시피 동네책방은 책으로 수익이 나는 공간이 아니다. 유통상의 문제 때문에 책을 사더라도 책방에 돌아가는 수익은 적다. 또한 출판사와 직거래가 아니면 판매량이 아닌 보유하고 있는 책의 양으로 매달 금액이 나간다. 책을 팔지 않으면 가지고 있는 책들에 대한 보관료를 내야 하니까 문제고. 책을 팔더라도 빈자리에 책을 다시 채워야 하니까 똑같은 돈이 나간다. 계륵이다.

그래서 많은 동네책방들이 ‘책’을 매개로 하는 커뮤니티를 만든다. 강연회, 전시회, 독서모임, 심야책방 등 사람들과 여러 활동을 하는 것이다. 책방지기는 본인의 취향과 공간, 그리고 모임을 제공하고, 책방 손님은 느슨한 소속감을 얻는다.

다행히도 출판사와 지자체 등에서 이런 활동을 지원해주고 있다. 다만 대부분 섭외비, 음료와 비품 값 정도라 책방지기 스스로의 임금은 다른 곳에서 벌어야 한다. 결국 책방지기들이 수익은 다른 곳에서 벌어야 한다. 투잡인 것이다. 동네책방이 많이 늘어났지만 동시에 많이 사라지는 것은 이런 요인이 크다. 겉으로 보이는 책방을 꾸며놓은 것보다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곳에 쏟는 시간과 노력이 크다는 것에서 오는 괴로움일 것이다.

물론 어떤 가게나 문화가 정착되는 것에는 시간과 노력이 들기 마련이다. 이제는 ‘동네책방의 시대’라며 열매를 보여주지 않는가? 그럼에도 ‘이 또한 유행에 그치는 것이 아닐까’라는 불안감이 든다. 동네책방의 수는 크게 늘었지만, 독서율이나 출판시장은 런닝머신 위를 걷고 있다. 결국 어느 정도 정해진 인구들이 새로운 동네책방을 찾아 돌아다니는 모습이다. 더욱 새롭고, 독특한 취향을 위해 책방을 꾸미는 사이 우리가 말하는 ‘동네’는 어디로 간 것인지 모르겠다.

다행히 이런 숙제를 풀어나가는 동네책방들을 발견하기도 했다. 한 때 지역에서 가장 독특해 보였던 동네책방들이 이제는 관광객보다 주민들에게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유행은 일시적이지만 생활은 영원하다. 동네책방의 갈 길은 아직도 멀었지만, 묵묵히 걸어나가는 책방지기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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