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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들에게도 박수를

김형중 시인·前 원광보건대 교수
김형중 시인·前 원광보건대 교수

2018년 한반도의 여름은 1907년 기상관측 이래 신기록을 경신해가는 가히 살인적인 폭염의 나날이었다. 그렇다면 태양열은 몇 도나 되기에 텅스텐은 금속 중에서도 녹는점이 가장 높은 3410℃이고, 태양의 표면 온도는 6000℃나 된다고 하니, 계속되는 폭서가 모든 생명들의 목줄을 조여 가는 느낌이다.

90년대 중반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론을 주장한 삼성은 ‘역사는 1등만을 기억합니다.’라는 광고를 내보냈었다. 이런 삼성의 1등 제일주의가 한국사회를 잘못 이끌어가고 있다.

경쟁에서 1등이라는 존재가 가장 극명한 분야는 올림픽과 선거일 것이다. 신기록, 1등, 최우수, 천재, 등의 단어는 많은 사람들을 움츠러들게 한다. 1등과 꼴찌의 비교가 세상살이의 균형을 이루는 상대적인 조화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꼴찌들이 겪어야하는 씁쓸한 뒷맛에 이어지는 처절한 현실은! 1등만이 빛을 발휘하는 기존의 틀에서 꼴등이라는 위치를 인정하는데, 우리들은 너무나 인색하지 않았나 싶다.

여섯 번째로 세계 스포츠의 4대 이벤트를 일궈낸 우리나라는 (88서울올림픽, 2002월드컵축구대회, 2011세계 육상선수권 대회,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모두가 하나 되어 지난 2월 8일부터 25일까지 18일간의 23회 동계올림픽은 세계인들의 찬사를 받기에 충분했었다. 92개국에서 선발된 인간 승리를 일군 선수들에게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면서 경기자체를 즐기는 문화가 정착되기 시작했었다. 순위도 중요하겠지만 과정과 노력을 평가해주어야 한다. 1등의 맨 뒤에서 뒤따르는 꼴찌들에게도 격려의 박수를 보내는 패러다임으로 바뀌어야 진정한 올림픽 정신으로 이어질 것이다. 꼴찌 할 사람이 없으면 1등은 의미와 존재 가치가 없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이웃을 배려하면서 내일을 설계’하는 계획과 방법을 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우등생의 평가 기준은 암기능력이다. 에디슨이나 2차 대전의 영웅 윈스턴 처칠이 그런 천재였던가? 우수한 지능을 가진 한민족이 노벨상에 왜 접근도 못할까? 이유는 단답형 문제풀이로 토론과 창조교육을 멀리하면서 일등만 좇아가는 풍토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인간들의 최대의 적은 감정의 편견과 행동을 방해하는 동물적 본능이라고 한다. 그래서 지혜로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무엇을, 어떻게’ 그리고, ‘왜 해야 하는’지를 안다. 또한 사실이라고 믿는 것들이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잘못한 것에 대한 시인을 머뭇거리지 않으며, 새로운 생각과 변화를 받아들일 줄도 안다.

승자는 자만과 두려움으로 자신을 돌아다 볼 여유를 잃고 살아가지만, 꼴찌는 올라갈 순위에 대한 에너지가 충만해 있으며, 왜 꼴찌를 했는가를 되짚어 보는 반성의 여유가 있다.

걸어온 삶을 한 번쯤 뒤돌아보면 어떨까? 21세기를 살아가는 데는 근면과 노력만으로는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없다고 한다. 시대에 적응하는 전문적인 지식과 현명한 지혜로 자기인생을 개발해야만 승자가 될 수 있다고 하는데, 극단의 예로 ‘밑동이 잘린 나무는 진통을 이겨내면서 새싹을 만들어내는 집요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지 않은가?’

트랙을 달리던 육상선수가 넘어졌다 다시 일어나 꼴찌인줄 알면서도 힘껏 뛰는 뒷모습에서 우리들은 무엇을 생각해야할까? 그들은 비록 그 경쟁에서는 꼴찌라 할지라도 일생을 꼴찌로 살지 않으려는 강한 의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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