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머니 아버지들이 호미 하나 들고 나가 두어 시간 백합 캐고 바지락 캐면 십수만원을 벌었던 곳.
그래서 관광객 아무나 바지락을 캐도 뭐라 하는 사람 한 명 없는 누구에게나 내 땅이었던 곳 부안의 갯벌은 그런 곳이었다.
그런 곳에 단군 이래 최대 국책사업이라고 평가 받는 새만금 사업이 시작됐다.
새만금 사업은 지난 1991년 ‘대한민국의 미래 100년을 먹여 살릴 곳’이라는 기대 속에 당시 대통령까지 참석한 가운데 방조제 공사 기공식을 시작으로 본격 추진됐다.
이 거대한 개발사업을 위해 정부는 호미 하나로 갯벌에서 생업을 이어가던 부안사람들에게 몇 푼 보상금을 쥐여주며 새로운 삶을 요구했다. 부안사람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새로운 생활을 찾아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새만금 방조제가 지난 2010년 완공돼 전 세계에 그 위용을 드러냈다. 대한민국의 100년 먹거리, 대한민국의 푸른 꿈을 현실화 할 내부 밑그림도 그려졌다.
부안 군민들이 꿈꾸던 희망이 가까이 다가온 듯했다. 우리 아버지 어머니들이 가정을 꾸리고 자식을 키우던 삶의 터전인 부안의 갯벌을 내준 보람이 결실을 맺는 듯했다.
그러나 개발은 지체되고 부안사람들도 지쳐가고 있다.
새만금사업은 부안군과 군산시를 잇는 33.9km의 세계 최장의 방조제와 291㎢ 규모의 새로운 토지를 조성하는 단군 이래 최대의 국책사업이다.
하지만 지난 1987년 7월 첫 개발계획이 발표된 이후 정권이 6번이나 바꿨지만 아직도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그 과정에는 산이 없어지고 갯벌을 잃고 삶의 터전을 떠난 부안군민들은 많은 상처와 시름과 한이 서려 있다.
바로 부안군민과 새만금 사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애증의 관계인 것이다.
그런데 새만금 방조제 행정구역 획정에서도 부안군은 군산시와 김제시에 밀려 1호 방조제를 사수하는데 그쳤다.
내 땅과 내 산과 내 삶의 터전을 내주고 돌아온 것은 부당한 처우뿐 인 것이다.
그러더니 이제는 새만금 사업의 컨트롤 타워인 새만금개발공사 청사 설치도 인접 군산시로 거론되고 있다.
현재 군산시와 김제시에는 한국농어촌공사 새만금산업단지사업단과 새만금사업단이 있다.
그러나 새만금 사업의 시발점이자 첫 삽을 뜬 기공식 장소인 부안에는 지역의 높은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유독 새만금 사업 관련 정부기관이 없다.
이는 우리 미래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소중한 자산을 정부가 추진하는 중요 국책사업에 적극 협조하고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내주며 되돌려 받은 것이 30여년간의 오랜 공사로 인한 지역경제 침체와 지역간 불평등이라면 이는 부안군민 전체를 크게 우롱하는 처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새만금개발공사 청사 군산시 설치는 새만금 사업으로 인해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부안군을 소홀히 여기는 처사이며 부안군민을 다시 한 번 상실감에 빠뜨리는 행위이다.
정부와 국토교통부는 더 이상 국책사업의 일환이라는 명목 하에 부안군민에게 희생만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새만금 사업으로 인한 지역간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이와 함께 오는 9월 새롭게 출범 예정인 새만금개발공사 청사 건립 예정지는 새만금 사업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 지역균형발전, 새만금 사업의 상징성을 감안하고 새만금홍보관과의 시너지 효과 및 집적도를 위해 부안 새만금홍보관 일원에 건립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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