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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층도 문화로 행복한 전라북도 만들기

정정숙 전주문화재단 대표이사

정정숙 전주문화재단 대표이사
정정숙 전주문화재단 대표이사

우리나라는 2017년 하반기에 이미 고령사회에 접어들었다. 2000년에 7%의 고령인구로 ‘고령화사회’로 진입한 후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17년 만에 14%의 ‘고령사회’가 되었다. 일본이 25년 만에 고령사회에 된 것에 비해서 8년을 앞당겼다.

오래 사는 것이 축복이고 미덕이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오래 살고 싶지 않아도, 아프고 싶지 않아도, 아프면서까지 오래 살 수밖에 없는 21세기가 되었다. 20세기 중엽에는 인구 증가가 가속화되면서 인구 과잉에 대처하여 출산율을 낮추기 위한 운동을 전개했지만, 이 21세기에는 저출산율로 인해 오히려 생산인구가 부족한 것에 대해 걱정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걱정의 전제는 고령층은 비생산인구라는 것이다. 그러나 고령층이 비생산인구라는 것은 분명 차별적이고 신체능력을 중심으로 한 편의적 관점이다. 고령층에게도 여전히 일자리는 최우선 과제이며, 그래서 문화분야에서도 고령층에 대한 문화 일자리 혹은 문화 일거리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그러나 일자리 외에도 고령층은 많은 고민을 안고 있다.

사실 고령층의 생활패턴이나 희망사항은 무척 다양하다. 즉 연령별, 성별, 지역별, 경제력별로 고령층은 조금씩 다른 생각과 다른 꿈을 꾼다. 연령도 65세, 70세, 75세, 80세, 85세 등 각각에 따라 삶의 방식이 다르고, 여성과 남성 고령층의 희망도 다르고, 경제력 여부에 따라서도 삶에서 차지하는 우선순위가 달라진다. 또한 대도시 혹은 소도시 혹은 농촌 등 거주하는 지역에 따라서 문화프로그램에 대한 접근성도 달라진다. 그래서 이 고령층의 다름에 따른 문화정책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방송 등에서는 고령층을 한 두부류의 집단으로 취급한다. 늙고 느리며, 고집 세고 불평이 많으며 수시로 울컥 화를 내어 불쌍하지만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태도를 지닌 존재, 그리고 자식들을 무척 그리워하면서도 표현을 못하는 존재들로 묘사한다. 부분적으로 사실일 수 있다. 그러나 고령층은 방송에서와 같은 부정적인 스테레오 타입으로만 살지 않는다.

따라서 방송계나 시민단체 등에서는 고령층 모니터단을 조직해서 부정적인 스테레오 타입이 유포되고 강화되는 지점을 찾아내고 조정해야 한다. 인생의 산 경험이 풍부한 고령층이 이 사회의 멘토가 될 뿐 아니라, 스스로 즐기는 자율적이고 문화적인 존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령층으로 구성된 전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취타대나 농악대의 눈부신 활동, 고령층 직원들이 직접 문화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일본 오사카 고령대학, 한국문화원연합회의 어르신문화프로그램을 통해 알려진 유명인들의 사례들은 고령층만이 아니라 모든 세대들이 문화적 삶을 영위하는 데 모범 혹은 모델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전국에 약 31개의 작은영화관이 있는데, 전라북도 지역은 9개로 가장 많은 작은 영화관을 가지고 있다. 전라북도 지역이 시민들에 대한 문화서비스를 중시하고 있다는 바람직한 증명인 셈이다. 이러한 작은영화관에서 멀리 떨어진 고령층이 접근할 수 있도록 셔틀버스가 정기적으로 제공되고, 고령층이 즐겨 가는 경로당에서 식사 나눔과 함께 외부의 문화시설에 접근할 수 있는 이동수단을 정기적으로 제공하는 문화정책이 마련된다면 농촌과 산촌 지역 고령층의 삶에 활력을 더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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