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 주일인 17일 서울 마포구 양화진의 한국기독교선교100주년기념교회에서는 한국 교회사에서 이정표가 될 만한 설교가 열렸다. 이날 설교는 이 교회 담임인 이재철목사가 퇴임하는 고별설교였다.
이 목사는 신약성서 사도행전의 마지막 구절인 28장30~31절, ‘바울이 온 이태를 자기 셋집에 머물면서 자기에게 오는 사람을 다 영접하고, 하나님의 나라를 전파하며 주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모든 것을 담대하게 거침없이 가르치더라’를 소재로 퇴임의 변을 설파했다.
이 목사는 “사도행전을 기록한 누가가 사도행전의 마지막 구절을 기록하면서 특별히 강조한 두 단어가 있는데, 첫 번째가 ‘담대하게’이고 두 번째가 ‘거침없이’이다”라고 전제하고, “사도 바울처럼 ‘담대하고, 거침없이’ 세상이 기억해주지 않아도 하나님이 기억해주시니 사랑하며 섬기는 삶을 살아내자”고 당부했다. 이 목사의 이날 설교는 퇴임사를 가름하는 셈이어서 이 교회 신도들에게 각별한 의미로 다가왔을 터이지만 기독교계 내부에서는 그 절실한 내용 못지않게 퇴임에 담긴 의미도 주목을 받았다.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을 모두 아우를만한 목회자를 물색하던 선교100주년기념교회에 발탁돼 2005년 7월 초대 담임목사로 부임, 13년 4개월간 사역해온 이 목사는 만 70세 정년 7개월을 앞당겨 이날 조기 퇴임했다는 점에서 단연 화제를 모았다. 통상 한국 교회에서는 퇴임시기도 가변적인데다 정작 퇴임 후에도 원로목사 등의 직함으로 교회에 대한 영향력을 지속하는 게 관례다.
또한 이 목사는 기독교계에 공공연한 이른바 ’퇴직금‘을 한 푼도 받지 않았다. 웬만한 규모의 교회에서는 10억 여 원이 넘는 퇴직금이 지급되는 게 현실이다.
이 목사는 또한 등록교인 1만5000명이 넘는 규모로 성장시킨 이 교회를 2세 등 친인척에게 넘겨주지 않아 주위를 놀라게 했다. 요즘 대형교회들이 잇달아 교회 세습 문제로 물의를 일으키는 풍조에 견줘보면 분명 돋보이는 행보다. 이 목사는 이어 영성총괄, 목회총괄 등 4분야를 담당하는 목사를 4명 선임해 이들이 공동목회를 담당하도록 했다.
이 목사는 이전에도 여러모로 기독교계에서 주목을 받았다.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 설교자인 이 목사는 매년 ‘신학생들이 가장 만나고 싶어하는 목회자’로 꼽혀왔다. 한국외국어대 불어과 졸업 후 홍성통상과 출판사 등을 설립해 경영인으로 두각을 나타냈으나, 회사와 개인 삶에 닥쳐온 위기를 계기로 기독인으로 거듭난다. 이후 30대 중반을 넘긴 나이에 신학대학원에서 신학공부를 마친 후 1988년 ‘주님의교회’를 개척했다. 이 목사는 개척 당시 약속대로 10년 임기가 끝나자 곧바로 사임해 눈길을 끌었다.
이 목사는 100주년기념교회에서 헌금의 무기명화, 모든 교회 재정의 50% 이상을 교회 내부가 아닌 외부 사회를 위해 사용하는 등 사회적 영성확대에도 앞장섰다.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목회자임에도 불구하고 교인들에게 탈세하지 말라고 하고, 본인 스스로 자진 납세하는 모범을 보였다.
이 목사는 이날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참 행복했습니다“라고 설교를 마무리하고 경남 거창의 벽지에 소박하게 지은 우거로 부인이 모는 준중형 승용차를 타고 낙향했다. 1517년 마르틴 루터가 세속화한 교회를 개혁하고자 ‘종교개혁’을 주창한 지 500년이 지났지만 교회가 세상을 걱정하기보다는 세상이 교회를 걱정해야하는 이 시대에 이 목사의 은퇴는 ‘아름답다’는 말로 표현하기에는 뭔가 부족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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