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부터 해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꼭 한해에 한번쯤은 라스베이거스를 간다. 10여일 전에도 다녀왔다. 세계 최대의 전자 상거래 및 클라우드 기업인 AWS(아마존웹서비스)가 주관한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주변 사람들은 그 곳을 간다고 하면 대뜸 ‘거기 가면 한번 땡기고(?) 와야지’라고 말한다. 라스베이거스를 ‘카지노의 천국’이라고만 알고 있다면 그 분은 상당히 연식이 오래 된 분이 틀림없다. 라스베이거스는 지금 ‘최적의 비즈니스 도시’,‘최첨단 기술 및 제품 발표장’,‘공유경제의 실험장’으로 환골탈태한 지가 꽤 됐기 때문이다.
라스베이거스는 스페인어로 ‘초원’이라는 뜻이다. 서부 개척 시대에 스페인 상인들이 LA가는 길에 쉬어가던 중간 기착지였다. 사막의 불모지가 지금의 도시 형태를 갖추게 된 것은 1905년 내륙 철도의 중간 기착지가 라스베이거스에 마련되면서 부터다.
라스베이거스의 비약적인 발전은 공교롭게도 1930년대 미국 경제 대공황 덕분이다. 뉴딜정책의 일환으로 네바다 주에 전기와 수자원 공급을 위한 후버댐 건설을 결정하면서 전국의 노동자들이 몰려들었다. 1931년 건설 관계자들과 노동자들의 쉼터로 6개 호텔과 카지노 도박이 합법적으로 허용됐다.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들은 ‘카지노의 천국’이라는 라스베이거스로 몰려들었다. 도박은 자연스럽게 매춘과 마피아를 불러들였다.
도시탄생 100주년을 맞은 지난 2005년 라스베이거스 시정부와 카지노 오너들은 부정적 도시 이미지를 벗기 위해 종합 레저타운과 비즈니스가 최적인 환경도시로의 전환을 시도했다. 특히 매년 1월초에 열리는 세계 최대의 전자제품 전시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나흘간 행사에 전 세계에서 무려 20만 명이 찾아온다. 축구장 30개 정도의 면적에 4200여개 참가기업들이 그해에 선보일 간판 상품을 전시하고 제조사와 바이어가 체결하는 판매 계약은 10억 달러가 넘는다.
해마다 내가 CES가 열리는 라스베이거스를 찾는 이유는 딱 한 가지 이유다. 사람과 돈, 기술이 모여 새로운 트렌드를 처음으로 선보이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중국 선쩐의 작은 드론 회사에 불과했던 DJI 창업자가 그 이듬해에는 드론 산업을 선구하는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직접 지켜봤다. CES행사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자동차 회사들이 디트로이트 북미 국제 오토쇼 대신 전기차와 무인자동차를 들고 라스베이거스에 온 것도 결국은 대중들과 투자자들의 관심이 그곳에 더 쏠리기 때문이다.
CES로 라스베이거스시가 거두는 전시회 경제 파급효과는 공식적으로는 2억1000만 달러(2500억원,라스베이거스 컨벤션관광청발표)다. 다만 전시회 관람객 1명이 일반 관광객보다 3~5배 정도 많은 돈을 쓰는 것을 감안해 볼 때 최대 1조원 가까운 수익을 가져올 것으로 추산된다. 전체 라스베이거스 재정의 85%가 ‘굴뚝 없는 황금산업’으로 불리는 MICE 산업에서 나온다고 한다.
전라북도도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민관이 정말 애를 많이 쓰는 것 같다. 다만 언제까지나 깨끗한 자연환경과 한옥마을만 가지고 버틸 수는 없다. 새만금과 연동된 세계 최대 무인자동차 시험장을 만들고 전 세계인들이 볼거리와 즐길 거리 그리고 무엇보다 비즈니스 환경이 갖춰진 도시로 과감하게 전환해야 한다.
4년 전 BMW가 CES에 무인 전기 자동차를 처음 선보이면서 전시장 입구에 써놓은 글씨가 아직도 기억에 새롭다. ‘Someday is Today’ 약간의 의역을 한다면 ‘과거 우리가 바라고 상상 속에서 꿈꾸던 그 어느 날이 바로 오늘이다‘라고나 할까? 늦었다고 할 때가 가장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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