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구한 반만년, 역사가 있는 민족은 아름답다 하였다. 그러나 식민지 36년 만에 광복을 맞은 배달겨레는 마침내 자리를 박차고 너도나도 손마다 태극기 높이 들고 해방의 기쁨을 소리 높여 불렀지만 나라가 바로 서기도 전에 좌우이념 충돌로 38선이 그어지면서 수난은 계속됐다. 이제는 한 나라가 둘로 나뉘고 보니 나라를 상징하는 국기(國旗) 국가(國歌)는 물론 다 각각이라 백성들은 부끄럽다. 한편 백두대간 방방곡곡 어느 산야나 계곡에서도 자란 진달래는 잎은 길둥글고 꽃부리는 깔때기 모양이며 색깔은 연분홍으로 가지 끝에 3~6개가 뭉치어 바람결엔 그 고운 자태가 더욱 아름답다. 독특한 미관으로 하여 배달겨레와 정서적인 관계도 깊어 각별한 사랑을 받으며 또 달리는 두견·두견화라고 한다.
두견새의 한 맺힌 절규가 붉은 진달래꽃으로 변했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또 꽃말로는 첫사랑, 애틋한 사랑과 사랑의 기쁨이라고도 하며 특히 시의 소재로도 쓰이지만 그 가운데 김소월의 대표작 중의 하나인 「진달래꽃」은 한국시가문학사상 으뜸으로 꼽힌다. 두루 아는 바와 같이 「진달래꽃」은 승화된 이별의 정한(情恨)을 노래한 시로 황진이(黃眞伊)의 섬세한 여인의 마음에 점염 되는 민족의 전통적 정서인 한(恨)의 체념적 어조와 자기 극복의 의지를 노래한 작품이다. 이렇게 긴 세월과 더불어 국민과 하나가 된 꽃이고 보니 사회 일각에서는 나라꽃으로 제정되기를 바랐으나 ‘무궁화’ 또한 백성의 사랑은 물론이요 윤봉길 의사의 시 「청년제군에게」에 그리고 「애국가」 가사에도 있으므로 날 선 역사 의식이 조심스러워서도 여타 주장들은 없었다.
한편 오늘 따라 국민 시인으로 일컫는 것은 서구 모방의 혼돈 속을 헤매던 한국 시를 구원해 낸 위대한 민족 시인이기도 하지만 남달리 토속어를 사랑한 향토적 민요적인 점을 특징으로 했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5000년 문화대국이었던 나라에 국가(國歌)가 없다는 것은 분단 국가의 비운인 것을 누구를 새삼 탓하겠는가. 일찍이 역사는 타살이 아닌 자살이라고 한 A·토인비의 사관(史觀)을 반성의 거울로 삼을 일이다. 다행히 남북 정상 회담에서 우선 무기로 맞서는 것부터 바로잡자는 타협은 역시 한 조상의 핏줄임을 앞세워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것만으로도 심히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지상의 발표에 의하면 한국 민족에게는 남달리 극복 의지의 유전자(DNA)를 타고났다는 기사는 얼마나 반가운가. 친일청산을 놓치고 만 ‘반민족특위’가 흐지부지 1948년 8월에 정심으로 끝나 버린 실정(失政)을 뒤늦게나마 반성 가까스로 「친일인명사전」이 출간된 것만도 천만다행이다.
이런 상황에 친일 인사가 작곡한 ‘애국가’를 ‘국가(國歌)’로 고집한 이들은 18년 이승만 독재에 대한 반성 없는 방관 행위가 아닌지 조심스럽다. 다행히도 「아리랑」이 남북 모두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으니 이제는 국가(國歌)를 대신 언제 어디서나 다 함께 불러도 좋으리라. 우선 우리 민요 ‘아리랑’은 듣기에도 좋고 또 부르기도 쉬울 뿐만 아니라 리듬도 아름다워 특히 변주도 자유로워 교포 2세인 러시아의 한 음악가의 피아노 연주는 너무 감명 깊어 가슴이 뭉클하였다. 비판 없는 문화는 발전이 없고 역사 의식이 결여된 문화 유산은 혼백 없는 유물일 뿐이다.
/진창선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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