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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그들을 당당하게 만들었나?

민경중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
민경중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

“만화 같은 일이다.”

“드라마에서 그렇게 스토리를 만들면 욕먹는다. 너무 비현실적이라고...”

영화 얘기가 아니다. 폴란드에서 펼쳐지고 있는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월드컵에서 남자대표팀 사상 첫 FIFA 주관 대회 결승진출을 일궈낸 우리 대표 팀의 선전 얘기다.

‘슛돌이’ 이강인, ‘빛광연’ 골키퍼 이광연 등 21명 선수 전원의 플레이는 가뜩이나 어두운 뉴스로 가득 찬 대한민국 사회에 한줄기 빛이 되고 있다고들 한다. 누군가는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박세리가 보여준 맨발 투혼이 IMF직후 실의에 빠졌던 국민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었던 것까지 비교한다.

나아가 얼마 전 방탄소년단(BTS)이 빌보트 차트 1위를 차지하고 비틀즈, 퀸 같은 세계적인 팝스타들이나 섰던 웸블리 스타디움 등에서 4회 공연에 23만 명의 전 세계 각국 팬을 끌어 모은 것은 또 어떤가! 경제적 가치로만 보면 국내 생산 유발효과가 4조 1400억 원(현대경제연구원)에 이른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여기에다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맹활약한 손흥민(토트넘), 미 메이저리그 야구 역사 백년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류현진 까지 한마디로 문화,스포츠 콘텐츠 강국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이를 두고 언론과 기성세대가 엄청나게 흥분할 때 정작 당사자들은 의외로 담담하게 즐기고 있다. 이강인은 지난 5월 대회를 앞두고 작성한 셀프 프로필에서 월드컵 목표를 처음부터 ‘우승’이라고 적었다고 한다.

BTS의 리더 RM은 “‘21세기 비틀즈’라는 호칭이 정말 영광스럽지만, ‘21세기 BTS‘로 자리매김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라고 말했다.

유럽챔스 결승에 진출한 손흥민은 “두려워할 필요도 없고 겁낼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고 언급했다.

도대체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당당하게 만들었을까?

이들의 공통점은 1990년대부터 2000년 초반까지 즉 천 년이 끝나고 시작되는 전환점에 태어났다는 의미의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s)‘라는 점이다.

국민대 경영학부 이은형 교수는 『밀레니얼과 함께 일하는 법』이라는 책에서 “그들이 누구인지, 새로운 세대가 등장한 의미가 무엇인지 미처 알기도 전에 그들은 시장을 지배하고 조직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이들이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제공한다. 뛰어난 기술과 적응력, 협업능력 등을 갖췄으면서 동시에 기존 질서를 무시하고, 개인을 중시하며, 조직과 대등한 계약관계임을 내세우면서 기성세대를 꼰대로 만들고 기존의 조직문화를 뒤흔다고”고 말했다.

지난 83년 첫 4강 신화를 만들어냈던 박종환 감독 사단의 선수들은 스파르타식 방식으로 훈련받았고 애국심과 불굴의 투지로 무장한 전사들과 같았다. 지금 축구 대표팀은 막내 이강인이 선배들의 양 볼을 잡고 격려한다. 결승행을 확정한 직후 정정용 감독을 향해 달려가 동료나 친구 대하듯 생수를 뿌리고 등을 치며 축하 세리머니를 펼친다.

과거 성인축구대표팀은 평소 평가전에는 잘하다가 정작 본선에서는 한마디로 얼어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뒷심이 부족해 역전패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오히려 후반전, 연장전에 더 힘을 발휘한다. 그러면서도 서로 격려하며 게임을 즐기기까지 한다.

밀레니얼 세대에 대해 분석한 랭카스터와 스틸먼은 “SNS에 익숙한 M세대는 이전 세대와는 차원이 다른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네트워킹 하는 방식도 완전히 다르다. 수평적으로 정보를 공유하며 서로 협력하는 것에 익숙하다. 모르는 상대방과 온라인에서 게임을 하며 협업을 경험했기에 팀워크에 익숙한 만큼 팀프로젝트 형식으로 일을 맡기면 더 잘 해낸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천년을 이끌어갈 밀레니얼 세대의 경쟁은 시작됐다. 조금은 우리나라 세대들이 앞서가고 있다는 점에서 기분이 좋다. 이것도 순위와 경쟁에 익숙한 ‘꼰대세대’의 구태의연한 평가인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기분이 좋은 것은 좋은 것이다.

일요일 새벽, 우리 U-20 월드컵 국가대표팀이 새로운 길을 냈으면 좋겠다. 안되더라도 충분히 즐기길 기대한다.

 

/민경중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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