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상속 면제를 받기 위한 상속포기에 대해서는 몇 해 전에 본 칼럼에서 설명한 적이 있는데 최근에 비슷한 상담사례가 있어 다시 한 번 상속포기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지난달 모친상을 당한 대학동창 K가 며칠 전 찾아와 고민을 이야기한다. 듣고 보니 적지 않은 고민거리로 생각되어 K가 돌아가고 난 후 관련 규정을 검토해 보았다. 고민인즉슨, K의 어머니는 생전에 제조업을 운영하셨는데 상속당시 적지 않은 체납세금과 가산금이 있어 어머니의 재산을 상속받아야 할지, 아니면 상속을 포기하여야 할지 결정이 어렵다는 것이다.
K가 보내준 자료를 검토해보니 어머니의 재산은 7억 원인데 체납세금과 가산금이 무려 12억 원에 달하였다. 이처럼 상속받을 재산보다 채무액이 많으니 상속을 포기하는 것이 현명한 결정이겠지만, 상기의 상속재산 이외에 어머니가 가입한 사망보험금 5억 원이 있어 채무는 상속받지 않고 보험금만 수령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가 K의 주된 고민이다.
만일 K가 상속을 받게 된다면 사망보험금을 포함한 상속재산은 12억 원으로, 체납세금과 가산금 등 채무액 12억 원을 부담하면 실제로 상속받을 재산도 없을뿐더러 상속을 승인함으로 인해 예상치 못한 채권자가 나타날 경우 상속받은 재산보다 더 많은 채무액을 부담하게 되지는 않을지 걱정이라고 한다.
한편, K의 주장은 사망보험금과 본래의 상속재산의 성격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즉, 어머니의 재산 7억 원은 상속받은 재산에 해당되지만 사망보험금 5억 원은 상속재산으로 의제되는 것이므로 법적인 상속재산과는 구별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세법에서는 상속이 개시되면 상속인은 피상속인에게 부과되거나 피상속인이 납부하여야 할 국세 등을 ‘상속으로 받은 재산’을 한도로 납부할 의무를 지게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때 ‘상속으로 받은 재산’에 사망보험금이 포함되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된다.
K의 주장에 따르면 사망보험금은 위의 ‘상속으로 받은 재산’에 해당되지 아니하므로 상속을 포기하면 어머니의 상속재산 7억 원에 대한 권리를 포기함과 동시에 채무액 12억 원의 상환의무도 사라지지만 이와는 별도로 사망보험금 5억 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그렇지 않다. 국세기본법 제24조와 동법 시행령 제11조 및 관련 통칙에서 ‘상속인은 피상속인이 납부하여야 할 국세·가산금과 체납처분비를 상속으로 받은 재산의 한도에서 납부할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사망보험금도 이러한 상속재산에 포함시키고 있다. 즉, K가 어머니의 채무를 승계하지 않고 사망보험금만을 수령할 수는 없는 것이다.
또한 상속포기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의사표시를 해야만 그 효력이 발생한다. 즉, 상속이 개시된(사망한) 사실을 알게 된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관할 가정법원에 해당 서류를 준비하여 신청한 경우에만 효력이 발생함에 유의하여야 한다.
/최영렬 미림회계법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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