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의회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마음이 씁쓸하기 짝이 없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에 따라 전국 타 지방의회에선 앞다툰 해외연수 취소에 나서고 있는 마당에 익산시의회는 해외연수 강행이란 대조적인 행보에 나섰기 때문이다.
시의회는 7일부터 오는 23일까지 상임위별 해외공무연수에 들어간다.
산업건설위는 오는 15일까지 그리스와 터키에서의 해외연수를 위해 7일 떠났다.
보건복지위는 6박8일간의 일정으로 오는 14일 그리스와 이탈리아로 향하고, 기획행정위는 오는 16일부터 23일까지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해외연수를 진행한다.
전체 시의원 25명 가운데 김연식 의원을 제외한 24명이 사무국 직원 10명과 함께 비행기를 탄다.
모두 34명의 해외 여행길에는 1억400여만원의 시민 혈세가 책정됐다.
앞서 시의회는 지난해에도 호주와 뉴질랜드 등으로 해외연수를 다녀온바 있는데 올해 역시 선진사례 벤치마킹을 통한 지역발전 접목 등을 위해 해외연수에 나선다고 말한다.
좋은 취지다.
다양한 해외 선진사례를 직접 보고 연구해 그 결과물을 지역발전에 도입하겠다니 이 얼마나 좋은 얘기인가.
우물 안에 갇힌 시각으로 집행부의 행정을 터무니없이 간섭하는 일보다 해외연수를 통해 식견을 넓히고 집행부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훨씬 더 바람직한 일이기에 더더욱 그렇게 생각한다.
우리가 생각지도 못했던 기발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들이 해외연수를 통해 얻어지는 순기능을 분명히 가질수 있기에 시의원 해외연수를 무작정 비난하고 막아서는 안된다고 본다.
하지만 그 아무리 좋은 취지와 목적을 갖고 있더라도 이를 실행에 옮기려면 다 때가 있다.
지금 전국은 ASF 확산으로 초비상 위기상황이다.
인천 강화군을 비롯해 파주시와 김포시 등은 돼지를 한 마리도 안남기고 전량 도살 또는 예방적 살처분에 나설 정도로 매우 심각하고 위급한 시기다.
익산시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까지는 돼지열병이 발병하지 않았지만 한강 이남으로 확산되는 추세에 따라 정헌율 익산시장 등 익산시청 전 공무원들은 행정력을 집중해 총력방역에 나서고 있다.
불안감 때문에 가슴이 시커멓게 타들어 가고, 아니 이미 재가 되어 버린 익산지역 돼지 사육농가들의 절박한 심정을 헤아려 불철주야 철통방역을 펼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엄중한 초긴장 상황 속에서 시의원 해외연수 소식이 시민들에게 전해 졌으니 얼마나 기가 막힐까.
더구나 비행기 탑승자로 이름을 올린 일부 시의원에 대한 시선은 더더욱 따가운 것 같다.
엊그제의 음식물쓰레기 대란 사태를 촉발시킨 장본인으로 지목을 받는 시의원, 음식물쓰레기 처리장이 위치해 있는 동산동을 선거구로 두고 있는 3명의 시의원 등에 대해서는 심한 배신감을 토로한다.
사태가 조기 종결돼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자칫 장기화로 이어졌다면 도대체 어떻게 할려고 했다는 말인가.
시민들은 나몰라라 한 채 그냥 비행기에 훌쩍 올라 탈 속셈처럼 비춰지기에 던지는 물음이다.
툭하면 민의의 대변인이라고 자처하면서 정작 시민의 정서는 외면하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여서는 안된다.
이미 떠났고, 나머지 후발 출발자들도 그대로 밀어부칠 심사여서 어차피 엎지러진 물이 겠지만 부적절한 시기에 대한 깊은 반성과 대시민 사과 정도는 일단 있어야 한다.
그것이 최소한의 시민 예의다.
아무쪼록, 굳이 이 때를 바라보는 시민 시선은 따갑고 싸늘하지만 이번 해외연수가 당초 취지처럼 개개인의 의정활동 및 지역발전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수 있는 좋은 기회로 잘 활용되길 바란다.
/엄철호 익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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