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을 얻다
/ 나희덕
담양이나 평창 어디쯤 방을 얻어
다람쥐처럼 드나들고 싶어서
고즈넉한 마을만 보면 들어가 기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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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 위에 앉아 계신 저녁 햇살이 눈에 들어왔다.
세놓으라는 말도 못하고 돌아섰지만
그 부부는 알고 있을까.
빈방을 마음으로는 늘 쓰고 있다는 말 속에
내가 이미 세 들어 살기 시작했다는 것을.
오랜만에 시를 읽습니다. 나희덕 시인의 ‘방을 얻다’. 가슴이 찡 울려왔습니다. 특히 ‘마루 위에 앉아 계신 저녁 햇살’이라는 시 구절에서 이제는 쓸쓸해져 버린 우리의 노후가 그려졌습니다. 어쩌면 늙음이란 저런 게 아닐까요. 세 들어 사는 저녁 햇살 같은 것..... .
우리는 모두 늙어갑니다. 늙어간다는 말은 죽어간다는 말과 상통하는 의미이지요. 그러므로 살아간다는 것은 죽어간다는 반의어가 아니라 유의어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우리는 매일 살아가면서도 죽어가는 일상을 반복하고 있는 셈이지요.
웰다잉을 위해 준비하는
우리
문제는 살아가며 죽어가는 ‘나’에 대한 인식이 아니겠습니까? 내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살아가는 것도 요상하고 나의 존재도 모르며 죽어간다는 것도 참으로 이상한 노릇입니다. 종교는 그 물음에 답하는 존재의 정체성을 탐구하게 하는 고단계의 정신적 체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오곤 했습니다. 붓다의 가르침이 그러하며, 서구의 수도원이 그렇고, 인도의 아시람ashram(인도 힌두교에서 수행하며 거주하는 곳)이 그러합니다. 모두가 죽음을 전제로 한 현재의 삶에 대한 질문 그 끝에, 종교는 서 있다고 해도 과장되지 않습니다. 죽음 앞자리에서 ‘늙음’은 ‘노후’라는 이름을 달고, 우리 인생의 끄트머리를 달랑달랑 어둠으로 끌고 가곤 합니다.
근래에 우리나라도 실버타운(silver town)이 부쩍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실버타운은 노인을 대상으로 돈을 내고 살아갈 수 있도록, 주거 시설, 휴양 시설 따위를 갖춘 마을을 말하지요. 늙어서 자식들에게 마음 편히 부양받기 힘든 사회구조가 되다 보니, 실버타운은 우리의 안락한 노후를 보장하는 최상의 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요양원보다도, 요양병원보다도 한 차원 높은 시설과 복지 시설이라는 인식이 보편화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전라북도 고창군 석정리에는 최상의 실버타운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고창 웰파크시티! 150만㎡(약 45만 평)에 달하는 규모의 고창 웰파크시티는 남녀노소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휴양도시를 표방하고 있지요.
전북 지역의 최대의 관광단지인 석정 온천지구. 여기에 있는 웰파크시티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닌 방장산에 둘러싸여 있는 곳입니다. 자연 치유의 개념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최초로 보인 온 가족 휴양도시의 개념으로 조성된 실버타운입니다.
고창의 모양성을 지나 석정온천 가는 길로 잡아드니 시원한 직선도로가 펼쳐집니다. 도로 가에는 소나무가 가로수로 서 있는 독특한 풍광입니다. 로마의 시가지에 심었던 소나무 같은 위용이 엿보입니다. 전쟁터에서 사생 결전을 끝내고 돌아온 개선 용사들을 로마시민은 열광하며 환영했었다지요.
삶의 전쟁터에 살아남은 노인들은 이제 새로운 마음으로 이곳 웰파크시티를 찾습니다. 가을 하늘은 맑고 공기는 참으로 청량합니다. 이들이 노후의 짐을 지고 온 삶의 전사들을 환영하는 듯합니다. 입구쯤에 다다르자 웰파크시티 글자를 돋움 글씨로 양각한 성벽(?)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오른쪽에 거대한 아파트 숲이 드러납니다. ‘서울 시니어스타워’
서울 시니어스 고창 타워는 아파트입니다.
노후의 휴식처
웰파크 시티
웰파크 시티는 크게 6개의 구역으로 구분됩니다. 실버타운으로서 나그네가 서 있는 서울 시니어스 고창 타워, 그리고 파크 빌라, 펜션(힐링 카운티), 병원, 석정 힐스(고급 빌라) 그리고 커뮤니티 동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중에서도 고창 타워는 자연과 어우러진 주거 환경과 건강, 의료, 레저를 충족시키는 3대가 살기 좋은 아파트라고 합니다. 석정 웰파크 병원을 통한 지속적인 건강관리, 24시간 간호팀 운영을 비롯한 식사 서비스, 골프, 수영, 텃밭 가꾸기 등 다양한 취미와 여가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관리실 직원은 입이 마르도록 자랑하더군요.
웰파크 병원이 제법 큰 것 같았습니다. 시니어스 타워에는 이 병원과 연계되어있는 간호사실이 있습니다. 간호실에는 아파트 방과 연결된 비상호출기가 있어서, 연락이 잘 안 되거나 혹은 이상이 있다는 비상벨이 울리면 즉시 간호사가 각 세대를 방문한다고 하니, 노후의 건강을 걱정하는 노인에게는 참 좋은 시스템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온천 휴스파를 지나가면서 내일 들르리라 생각했는데 결국 들르지 못하고 돌아와야 했습니다. 사람의 일을 누가 다 알아차리겠습니까. 나그네와 동행하는 고운 분의 건강이 길을 막았습니다. 지금 글을 쓰고 있으면서도 그렇게 아쉬울 수 없습니다. 인터넷 사진을 구해 휴스파의 내부 사진을 올립니다. 세계 두 번째의 게르마늄 온천이라는데, 정말 좋을 것 같은 탕의 내부였습니다.
석정힐스파크는 고급 빌라였습니다. 산언덕에 지은, 보기만 해도 고급 전원 주택임을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빌라 뒤로 펼쳐져 있는 골프장과 함께 석정 힐스타운은 그야말로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이었습니다.
예약된 숙소 힐링카운티. 나그네에게 배정된 숙소는 5층 건물의 3층, 아주 깨끗했습니다. 세탁기까지 구비 되어 있는 온돌식 방이어서, 나그네 나이의 사람들은 오히려 편안했습니다. 창밖은 밤이 내려와 빛을 삼키고 그 자리에 지상의 불빛들이 존재를 알립니다. 하늘의 빛과 지상의 빛은 이렇게 차이가 나지요. 오밀조밀한 장난감 같은 거리와 숙소의 불빛들이 밤을 수놓습니다. 아, 그렇군요. 하늘의 별들도 조응하듯 고운 눈을 뜨고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아침 해가 떴습니다. 황톳길을 걷고 왔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약선 식당과 요가 명상실과 홀론면역파동욕장, 허브온실 카페도 있고, 그리고 면역 산책 정원의 호수도 들러야 하는데, 아, 어쩔 수 없군요. 건강은 그래서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게 됐습니다. 동행자의 고통에 나그네도 놀랐고, 당사자는 통증에 얼굴이 하얘지고 있었습니다. 서둘러서 짐을 챙깁니다. 그리고 주치의가 있는 광주로, 광주로 운전대를 돌려야 했습니다.
바삐 서두르는 중에도 어제 보았던 우람한 은행나무가 눈에 띄었습니다. 당산나무처럼 서있는 은행나무가 슬픈 눈으로 나그네 일행을 내려 보며 손을 흔듭니다. 나그네도 마음속으로 손을 흔듭니다. 그리고 다시 찾아올 것을 다짐합니다.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 고창이 갑자기 내 마음으로 스며들어 왔습니다. 조금 더 늙어지면 이곳에서 노후를 묻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가슴에서 꿈틀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결국은 나에 대한 나의 질문과 나의 대답이 함께하는 곳, 그곳이야말로 우리가 살아야 할 곳이 아닐까.....요? 그곳이야말로 좋은 삶과 죽음을 대할 수 있는, ‘나에 대한 나의 진정한 만남’이 가능하겠기에 말입니다.
저는 지금, 집에서 문정희 시인의 시를 읽습니다. 나그네의 동행자도 여기까지 따라왔군요. 허허 참!!! /글·사진 = 이희규(전라북도 블로그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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