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 자락에 위치한 무주군의 자랑을 꼽으라면 단연 천혜의 청정 자연을 이야기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천동 계곡이 있고, 울창한 숲과 기암괴석, 그리고 깨끗한 환경에서만 산다는 반딧불이를 만날 수 있다.
밤이 되면 별빛이 쏟아지는 심심산골에 전교생 수가 10여 명에 불과한 작은 중학교가 있다. 올봄 입학한 1학년 학생들은 가을 자유학기제와 연계한 진로체험을 마을 농가에서 하고 있다. 이 학교 학생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반햇소(축산업), 호롱불마을(노지 농업), 진원반디길마을(시설 농업) 등 무주 지역을 대표하는 농가를 방문해 농업에 대한 탐색과 체험의 기회를 갖는다.
한편, 섬진강변에 위치한 임실의 한 마을에선 어르신들이 계절마다 자연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야생화를 채집해 시들지 않는 꽃, 보존화(preserved flower)를 만든다. 완성된 작품은 마을기업인 영농조합 법인을 통해 판매한다. 또한 범죄 피해 가정의 여성과 자녀 등 원예치료를 위해 마을을 찾아온 사람들과 함께 밭일을 한다. 어르신들은 이러한 활동을 통해 살아가는 재미를 느낀다고 하신다.
무주의 학생들이 고향을 조금 더 알아가는 것. 임실의 어르신들이 농촌에서 보람 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 이런 일들은 주변의 이웃을 돌보면서 우리 농업과 농촌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다. 장애인을 비롯한 노인과 취약계층 등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농업을 통해 돌봄과 교육, 일자리 등을 나누면서 마을 공동체에 기여하는 것이 바로 ‘사회적 농업’이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사회적 농업 시범 농장을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전국 18개 농장 중 전북에 3곳의 사회적 농장이 있다. 이 농장들은 탄탄하게 구축된 현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완주의 사회적 경제 조직 가운데 한 곳은 발달장애 아동 재활 서비스 기관과 협력해 두레농장을 운영한다. 작년부터 두레농장에서 마을 어르신과 발달 장애 아동 가족들이 함께 농사를 짓고 있다. 발달장애 아동과 그 가족들은 서로를 이해해 줄 수 있는 동료들을 만나 채소 재배와 요리, 판매 활동을 함께 하며 세상과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 또 어르신들은 꾸준히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일자리를 덤으로 얻게 된다.
농촌에서 만끽하는 자연 경관의 아름다움, 농산물을 심고 재배하면서 느끼는 생명의 경이로움 그리고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효과까지 이 모든 것이 사회적 농업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사회적 농업을 통해 내가 살고 있는 농촌을 한 번 더 돌아보고, 주민들과 교류하면서 장애나 연령에 관계없이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이달 국회에서는 사회적 농업의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사회적 농업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했다. 앞으로 정부는 더 많은 사회적 농장이 만들어지고 성장해 갈 수 있도록 제도적·재정적 지원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사회적 농업을 확산하기 위한 정부의 이런 노력과 함께 농업과 복지·교육 분야 간 협력도 더욱 강화되어 성공적 사례가 많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아울러, 우리 농촌이 취약계층을 포용하고 더불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좀 더 따뜻한 곳으로 변모하길 기대한다. /김종훈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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