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례시 선정을 위한 논의가 한창이다. 특례시는 지난해 정부가 지방의 창의적인 혁신과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30여년 만에 지방자치법을 개정함으로써 이루어지게 됐다. 문제는 특례시 지정이 인구를 기준으로 하는 데 있다. 상당수 지역은 정부의 인구기준 정책 때문에 광역시 선정에 들지 못해 재정 손해와 성장 동력 저하 등 많은 피해를 봤는데, 같은 기준으로 또 한번 특례시 선정을 한다면 지방은 더 힘든 상황을 맞을 수 있다.
특례시로 지정되면 지자체가 지역발전에 활용할 수 있는 재정이 커지고 지자체장의 권한이 대폭 늘어날 뿐 아니라 행정행위가 넓어지는 등 지역에 적합한 발전 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 특례시가 지역균형발전의 해법으로 기능하려면 지역균형발전의 취지가 살아날 수 있는 지역이 선정되어야 한다. 선정기준은 지역이 가진 특화된 발전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 되어야 한다. 대학과 교육이 답이 될 수 있다. 대한민국에는 서울·경기를 제외하고 지자체별로 지역 고등교육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거점국립대가 있다. 거점국립대는 많은 인적·물적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지역발전의 선도역할을 할 수 있다.
특례시 선정에 지역거점대학이 지역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왜냐하면 대학을 지역발전에 활용하는 것은 창의적이기 때문이다. 대학은 지역에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중심일 뿐 아니라 많은 인적, 물적 인프라를 갖고 있어 성장 동력이 되기에 충분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지역이 대학을 성장 동력으로 이용할 수 있다면 인구 감소에 시달리는 지역을 젊게 만들 수 있고, 신산업에 필요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등 장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례시 선정에 대학이 중요 기준이 돼야 하는 이유다. 지역이 수도권과 경쟁할 수 있는 또 다른 무기는 문화이다.
전주시는 교육도시이자 대한민국의 전통을 잘 보존하고 있는 문화도시이기도 하다. 교육과 문화가 어우러진 전주시의 특례시 선정은 콘텐츠가 중시되는 시대흐름에도 부합할 뿐 아니라, 교육과 문화로 지역균형개발에 ‘도전’하는 용기 있는 시도다. 전주와 비슷한 사례는 지방분권의 모델인 독일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독일은 저마다 특화된 전략으로 도시를 발전시키고 있는데 그 중심에 교육과 대학이 있다. 독일은 대학이 있으면 중소도시라도 대학도시라고 명명해 대학이 도시발전을 선도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대학도시들은 기초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막스플랑크연구소를 적극적으로 유치해 도시발전에 활용하고 있다. 대학도시의 발전 전략은 대학과 산업을 연계하는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지 한국처럼 인구를 기준으로 하는 등 획일적인 발전전략을 구사하지 않는다.
조선업이 망해 골리앗 크레인이 현대중공업에 단돈 1달러에 매각돼 ‘말뫼의 눈물’로 잘 알려진 스웨덴의 말뫼는 대학을 성장동력 삼아 유럽에서 손꼽히는 산학 연구단지로 변모했다. 세계에는 대학을 동력 삼아 대학도 살고 지역도 발전한 예가 수두룩하다. 대학은 성장 동력이 고갈된 한국의 구원투수이자 지역을 살리는 주역이 돼야 한다. 특례시 선정은 거점 국립대가 소재한 도시를 중심으로 선정해야 한다. 특히 과거 정부의 획일적인 기준에 피해를 봤던 지역이 같은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정부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인구 기준 특례시 선정은 마땅히 폐기돼야 한다.
/송양호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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