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통령과 국민과의 대화가 있었다. 첫 순서로 민식이(故 김민식) 엄마 박초희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박씨는 북받치는 감정을 붙잡고, 민식이처럼 스쿨존에서 사망하는 아이가 더는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며칠 뒤 정부와 국회는 스쿨존에 과속카메라와 신호등을 설치하기 위한 예산 1,000억 원을 추가 편성하였다. ‘민식이법’도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민식이뿐일까. 돌이켜보면 우리 주변에 안타까운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올해 7월에는 양천구 빗물배수시설 사고, 잠원동 철거현장 붕괴 등 유난히 사고가 많았다. 작년 6월에는 서울 한복판 용산에서 노후 상가가 붕괴하는 일도 있었다. 2년 전쯤 밀양 세종병원과 제천 복합건물 화재는 수십 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갔다.
분명한 점은 이런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수많은 분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그래야 한다. 정부는 최근 발생한 주요 재난·사고들을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현장의 안전점검을 강화할 계획이다. 잠원동 철거현장의 감리자는 단 한 번도 현장을 찾지 않았고, 용산 상가는 붕괴조짐이 있다는 주민들의 수차례 민원에도 건물주와 관할구청 모두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실효성 있는 점검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따라서 학교, 병원, 공연장과 같은 다중이용시설부터 불시점검을 수시로 실시하고, 내년 ‘국가안전대진단’은 약 10만개의 위험·핵심시설 점검에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
정부는 직접적 노력 외에도 시장의 기능이 작동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안전정보의 공개가 그것이다. 예컨대 시설물의 점검결과를 공개함으로써 시설주가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안전책임을 다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밀양 세종병원이 가연성 재료로 불법 증축·개축한 사실을 환자들이 알았다면 어땠을까? 정부는 현재 ‘생활안전지도’에서 교통안전, 재난안전, 치안안전, 시설안전, 등 각종 생활안전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앞으로는 ‘안전정보 통합공개시스템’을 구축하여 국민생활과 밀접한 시설물의 안전정보를 매우 상세히 공개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안전 선택권을 보장할 계획이다.
이 노력들은 시민들의 참여가 뒷받침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 안전을 무엇보다 우선시하는 풍조가 자리 잡지 않으면 사고를 줄이기 어렵다. 제천 복합건물의 비상구 출입문은 굳게 잠겨있었고, 양천 빗물배수시설 사고 당시에는 긴급한 위험상황을 전달하기 위한 사람도, 장비도 부족했다. 눈앞의 이익과 편의를 추구하다가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생활 속 안전신고를 위한 ‘안전신문고’, 스스로 점검·개선하는 ‘자율안전점검’, 4대 불법 주·정차와 같은 ‘고질적 안전무시 관행 근절’, 체험형 안전교육을 위한 ‘안전체험관’ 등 정부의 다각적인 노력에 시민들이 공감하고 적극 참여해주기 바란다.
중국에 망양보뢰(亡羊補牢), 즉 양을 잃으면 우리를 고치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양 한 두 마리가 늑대에게 희생되면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우리를 튼튼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타까운 사고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철저한 재발방지가 필요하다. 그래야 우리 속담처럼 소 잃고 후회하는 일을 피할 수 있고, 안전한 사회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이인재 행정안전부 기획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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