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여기서 지방은 탄수화물, 단백질과 함께 영양소의 3대 요소중 하나인 지방이다. 아직 우리나라에선 때 이른 감이 없지 않지만, 해외에서는 ‘이젠 지방의 시대’임을 얘기할 수 있는 때다. 먼저 들 수 있는 근거는 해외 시장전망업체들(Value Market Research, Top Key Player Forcast)의 시장 전망이다. 이에 따르면 5년 후 지방 산업 규모는 2018년 95조에서 2025년 158조까지 급격히 커진다. 갑자기 지방에 대한 수요량이 급증해서가 아니다. 지방에 대한 소비의 가치가 점점 커질 거라는 얘기다.
그동안 보이지 않던 천덕꾸러기 지방이 존재감을 갖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자료에 따르면 신규 건강관련 오일이 다수 출현하고, 소비자의 건강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프리미엄 오일이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지방은 식품이라기보다, 요리의 부재료에 가깝다. 무릇 식품이라 함은 인체에 영양소를 공급하고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목적으로 섭취되는 것을 말하는데, 지방은 음식을 튀기거나 가열된 팬에 음식이 눌러 붙지 않게 하는 용도로 훨씬 더 많이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통조림을 채우는 충진재로까지 쓰인다. 그래서 가격이 비싼 프리미엄유가 생산될 수 없었다. 글로벌 식용유지 제조 산업이 이에 맞춰져 있다. 대량 생산구조로 좀 더 값 싼 지방을 생산하기 위해 화학적 추출방식이 행해지고, 출처가 불분명한 원재료와 고온착유 방식이 행해진다.
그동안 지방은 무조건 피해야 할 음식으로 누명이 씌워져 있었다. 복부 지방이 생기는 원인이었으며 고혈압, 당뇨, 혈관 질병을 일으키는 장본인이었다. 이러한 등식이 깨진 것이 미국에서의 올리브유 유행이다. 비만, 당뇨가 사회의 질병으로 자리한 미국에서 지중해식단이 건강에 좋다는 게 알려지면서 올리브유는 ‘먹으면 좋은 건강한 지방’으로 여겨졌다. 그 후 올리브오일 시장은 1990년부터 2000년까지 10년간 비약적으로 성장하였으며, 현재 미국 오일시장의 66%를 고급유인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이 차지하고 있다.
지방을 좀 더 깊숙히 알고 나면 3대 영양소 중 하나가 ‘지방(脂肪)’이라는 점이 놀랍지 않다. 좋은 지방은 어릴 때 뇌 발육, 면역성에 관여하는 것에서부터 청장년기 성장, 피부·모발 건강 및 항노화, 항당뇨, 항암, 노인 치매예방에 이르기까지 전 세대원에 걸쳐 광범위하게 작용한다. 현대의료가 발달하여 수명이 늘어나면서 고혈압, 당뇨, 심혈관 등 만성질환들은 일상생활을 괴롭히는 복병이 되고 있다. 그동안 성인병의 주범으로 알려진 지방이 좋은 지방과 나쁜 지방으로 구분되기 시작하면서 좋은 지방은 성인병을 예방할 수 있는 식품으로 몸값이 점점 오르고 있다.
올리브유가 20년 간 다른 건강오일의 위협 없이 세계시장을 평정해 왔지만 우리의 전통기름인 참기름과 들기름도 그 기능성에서 올리브유를 앞서거나 필적할 만큼 좋은 식품이다. 유럽이나 미국, 일본의 많은 논문들에서 이러한 기능성이 확인된다. 식품분야에서 지방은 가장 늦게 전성기를 준비하고 있다. 모든 식품산업 분야에 관여되어 있는 것이 지방이고, 지방(脂肪)의 시대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박정용 (주)쿠엔즈버킷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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