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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증, 약물치료로 70%가 증상 호전…조기 치료에 신경 써야

최윤주신경과 최윤주 전문의
최윤주신경과 최윤주 전문의

지난해 종영한 의사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 ‘의사 요한’에서 복성 간질 환자와 관련한 에피소드가 방송되면서, ‘간질’이라는 질환에 대한 관심이 일시적으로 높아진 적이 있다. 간질은 뇌전증을 말하는데, 간질이 잘못된 용어는 아니지만 부정적 편견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에는 뇌전증으로 바꿔 부르고 있다.

뇌전증을 쉽게 설명하자면 뇌 안에서 일어나는 갑작스러운 ‘전기 방전’으로 볼 수 있다. 뇌는 수천억개의 신경세포로 구성돼 있고, 이러한 세포들은 컴퓨터 회로처럼 평상시 전기를 띠며 미세한 전기신호를 주고 받는다. 뇌졸중, 뇌종양 등의 뇌질환, 뇌염, 외상 등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전기적 질서가 깨지면, 짧은 시간 동안 과도한 전류를 방전함으로써 뇌의 기능에 이상을 초래, 발작이 일어나고 이러한 발작이 반복되는 질환을 ‘뇌전증’이라고 한다. 1회성의 발작은 뇌전증으로 분류하지는 않으나, 이러한 증상이 반복된다면 뇌전증으로 진단할 수 있고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뇌전증의 주된 증상으로는 의식의 장애나 소실, 사지의 경련, 강직, 언어 장애, 신체의 이상 감각 등을 들 수 있는데, 뇌의 어느 부분에 이상이 발생하느냐에 따라 증상은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보통 뇌전증이라고 하면 갑자기 쓰러져서 의식을 잃고 전신의 근육들이 동시에 뻣뻣해지면서 뒤틀리거나 떠는 등의 증상을 떠올리는데, 이는 전신발작의 형태로 오히려 드물게 나타난다.

보통은 의식은 있으나 몸 한쪽 부분 감각의 이상, 팔다리 힘 빠짐과 강직·떨림, 환청, 환각 등을 경험하는 단순 부분발작 혹은 일부 의식 장애와 함께 하던 행동을 멈추고 멍하니 한곳을 보면서 입맛을 다시거나, 물건 만지기, 단추를 끼웠다 푸는 등 의미 없는 행동을 반복하는 복합 부분발작 등을 보이는 환자가 더 많다.

뇌전증은 치료하기 어렵다는 오해와 달리 약물치료가 잘 되는 편에 속한다. 치료에는 보통 항뇌전증약를 사용하며, 환자의 70% 가량은 적절한 항뇌전증약의 투약으로 증상을 사라지게 할 수 있다. 최근에는 기존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항뇌전증약보다 효과는 높고 부작용은 적으면서 복용하기 간편한 약이 계속 개발돼 치료 환경도 예전보다 좋아졌다.

다만, 전체 뇌전증 환자의 30% 정도는 약물을 충분히 투여해도 재발을 하는 난치성 뇌전증으로 분류되는데, 이 경우에도 뇌 절제술, 신경 자극술 등 다양한 치료 방법이 있으므로, 쉽게 포기하지 말고 주치의와 상의해 적극적으로 치료하기를 권한다.

더불어, 뇌전증은 조기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면 발작의 회로가 확산돼 완치하기가 더 어려워지고 증상으로 인해 각종 안전사고, 교통사고 등의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다. 반면, 빨리 진단하고 치료할수록 증상 조절이 잘 되고 완치까지 걸리는 기간도 짧아진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인식이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뇌전증에 대한 편견이 존재하는 듯하다. 현대 의학의 발전으로 뇌전증은 정신병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지만 아직도 일반 사람들에게는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강조하고 싶은 것은 뇌전증은 정신병도, 불치병도 아니라는 점이다. 주변에 알리고 싶지 않다거나 시선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치료를 미루지 말고 유사한 증상이 있을 경우 꼭 병원을 찾아 상담을 받기를 권한다.

/최윤주신경과 최윤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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