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에는 이면이 있다. 인생은 거친 고행 길을 걷는 것과 같으나, 그 길에 이면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끝없는 절망의 시간들을 보내야 할 것이다. 인류의 사색과 철학은 그 과정에서 파생한다고 믿는다. 보이는 것 외에 다른 면이 존재한다는 것, 그것이 삶을 탐색하게 하기 때문이다.
다시 또 코로나 19 이야기다. 코로나 19가 단순히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역병이라는 평가는 단면에 불과하다. 우리는 이면을 보아야 한다. 짧은 지혜를 보태자면, 삶의 진실은 대부분 이면에 숨어 있다. 그리고 그것을 열심히 탐색해 우리 삶과 주변, 환경을 돌아보는 날카롭고도 뜨거운 자성으로 이어져야 한다.
△코로나 19로 전 세계 대기질 개선…통렬한 자성의 기회로
인터넷 기사를 살펴보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지구의 입장에서 보자면, 인간이 코로나 19가 아니겠느냐고. 참으로 통렬하다. 실제로 유럽과 아시아, 특히 중국과 한국의 대기질이 코로나 19 기간에 크게 개선됐다는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어쩌면 코로나 19보다 대기오염으로 죽어가게 될 사람들이 더 많다는 기사도 봤다. 인류에게 영향을 미치는 치명적인 새로운 바이러스는 결국 야생동물과 인간의 접점에서 비롯되었고, 그것은 무분별한 개발로 야생동물 서식지를 인간들이 침범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은 인간이 만든 재앙인 셈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산화탄소나 미세먼지 감소는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래가지 못할 거라는 전망이 많다. 다시 코로나 이후엔 경제손실을 막기 위해 더 많이 더 자주 공장을 돌리고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자연을 훼손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뼈아프게도 이 기후문제의 심각성을 거론하는데 있어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다. 플라스틱에 담겨온 배달음식을 먹고, 일회용품을 쓰면서 느끼는 죄책감은 오래 가지도 않고, 실천으로 지속되기도 어렵다. 전 인류의 공통적 인식과 광범위한 세계적 참여, 제도적 뒷받침 등이 개인의 노력보다 앞서야 한다는 생각이다.
△축제에도 환경에 대한 보다 동시다발적·공격적 메시지 필요
환경에 대한 전 인류의 관심을 환기하고, 무분별한 개발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축제를 통해 드러내 더 많은 국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는 없을까. 보다 문화적이고 예술적인 방식으로 보다 설득력 있게 말이다.
물론 에코 페스티벌(환경 축제)이나 환경예술제 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내 축제 중에는 플레이그린 페스티벌이나 자라섬 국제 재즈페스티벌, 에코페스트 인 서울 등이 눈에 띄는 환경친화적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자라섬 국제 재즈페스티벌의 경우 업사이클링 축제 장식을 활용하거나 포토존, 축제 조형물을 활용해 저탄소 생활실천 메시지를 재미와 참여라는 요소를 더해 운영하고 있다. 또 주요 공연장이나 먹거리 장터 중심으로 제법 규모가 큰 클린존을 설치하고, 생분해성 비닐봉투를 나눠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에코페스트 인 서울은 텀블러 등을 대여해주고 세척까지 해주는 서비스를 진행하기도 하고, 어린이를 위한 그린 놀이터, 친환경 체험 등을 다양하게 운영한다.
해외 축제는 국내보다 좀 더 적극적으로 보인다. 일본의 그린비트페스티벌은 업사이클링 전시와 기념품을 판매하고, ‘먹는 식기’ 아이템을 도입해 일회용품 사용을 감소시켰다. 이 ‘먹는 식기’와 젓가락은 일본을 넘어 해외 축제까지 납품하는 등 주목을 받고 있다.
축제에서의 환경친화적 노력은 축제 운영의 일부라고 할 수 있지만, 축제 자체의 테마와 주제를 환경에 초점을 맞춘 페스티벌도 있다. 영국의 아주 오래된 축제인 글라스톤베리는 가장 공격적인 범세계적 환경단체 그린피스 등과 협업, 해마다 다른 테마로 환경 관련 섹션을 준비해 보여주고 있다. 작게는 스테인리스 스틸 컵을 사용하면서 한화로 약 8천원의 보증금을 내면 반납할 때 반환해주고, 반환되지 않은 금액은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역시 영국의 우드 음악페스티벌은 만들어진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자전거로 축제 현장을 방문할 경우 친환경 기념품이나 음료를 제공하는 재미있는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물론 전주세계소리축제도 지난해부터 보다 적극적으로 에코페스티벌을 표방하고 생분해 제품과 재미를 부각한 분리수거 클린존, 업사이클링 쉼터 및 키즈존 등을 운영했다. 그 덕분에 소리축제에 대한 평가가 좀 더 후해졌고, 사회적 책임을 고민하는 축제로서 위상도 높아졌다.
우리가 좀 더 주목해야 할 사실은 세계 다양한 축제를 평가하고 있는 평론가들이 에코 페스티벌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평가의 기준 가운데 주요 포인트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축제들이 좀 더 ‘환경 감수성’을 높여야 한다는 점을 시사해 주는 부분이다.
△시진핑이 ‘악마’라고 부른 코로나…이면을 보는 지혜를
이렇게나마 각자의 방식과 노력으로 국내외 축제에서 환경에 대한 메시지와 보존노력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찻잔 속의 태풍 같은 느낌이다. 소리축제 역시 환경에 대한 고민을 더 깊고 폭넓게 가져야 한다. 좀 더 적극적이고 좀 더 광범위한 적용이 필요하다.
전 세계 주요 축제 커뮤니티를 조직해 일거에 동시다발적으로 한 해 축제의 주제와 메시지, 운영방식을 대대적으로 친환경적으로 전환하는데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직접 반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지금의 산발적이고 부분적인 노력들이 좀 더 파급력을 갖고, 세계인의 의식 변화에 도움을 주지는 않을까. 축제는 축제에서, 그리고 각자의 일터와 분야에서 영향력과 파급을 확대해 가기 위해 노력한다면 우리 사회, 나아가 전 세계에 선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지구환경과 기후변화는 동시대를 살고 있는 전 인류의 문제이기 때문에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 코로나 19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안겨주고 있지만, 동시에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경쟁과 개발에 열을 올려 온 우리에게 큰 교훈을 남기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환경에 대한 전 인류의 절박한 관심과 변화에의 촉구라고 생각한다. 스웨덴의 10대 환경운동가 툰베리를 위시로 여러 나라 10대들이 수업을 제치고 거리로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고교생들 역시 이 시위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미안해서 눈물이 난다. 이제 우리 기성세대들이 좀 더 가난해지고 좀 더 불편해지더라도 삶의 방식과 양태를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지구가 살고, 아이들이 산다.
중국의 시진핑이 ‘악마’라고 부른 코로나의 역설은, 반드시 인류의 반성을 통해 이면을 보는 지혜와 탐색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김회경 전주세계소리축제 대외협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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