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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시인의 '감성 터치'] 꽃 품앗이

별도 달도 뜨지 않았습니다. 바람 한 점 없었습니다. 답답하고 깜깜한 밤이었지요. 새벽은 쉬이 오지 않았습니다. 들지 못한 잠에도 꿈속은 마냥 어지러웠습니다. 밤새 뒤척대며 동트기만 기다렸지요. 채 걷히지 않은 어스름 속, 긴 장마에 휩쓸린 갈대숲에 꽃 한 송이 보이네요. 삼천에 새로 생긴 모래톱에 왜가리가 얼쩡거립니다. 징검돌은 반쯤 묻혔고 냇물은 아직도 흐릿합니다. 저 멀리 희미하게 다가서는 것은 모악입니다.

쓰러진 갈대 가운데 홀로 짯짯합니다. 지금은 먼 막내 고모의 치마처럼 꽃분홍입니다. 양귀비보다 더 고운 부용화입니다. 호미도 안 들고 어둔 마음의 잡초를 환하게 뽑아줍니다. 호락질로 끙끙, 내방친 내 마음속 일손을 거듭니다. 쓰러진 갈대를 헤집고 다가서 한참 넋을 놓습니다. 겨우 한 송이로 채 밝지 않은 새벽이 깨어납니다. 꼭 간밤 꾸지 않은 꿈속에 스친 얼굴만 같습니다. 또 몇 사람 다가와 우북한 마음속 김을 매고 갑니다. 돌아오며 생각합니다. 내 마음 텃밭도 건사 못하는 나, 부용의 꽃 품은 언제 앗을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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